[안철수 혁신위원장직 거부…‘해묵은 앙금’만 재확인] 문재인-안철수 진실공방… 더 꼬인 당 수습

입력 2015-05-21 02:4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 제안에 대해 공식 거부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회동 내용을 두고서도 설명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안 전 대표를 내세워 4·29 재·보궐 선거 전패 위기를 돌파하려던 문 대표의 구상이 오히려 안 전 대표와의 ‘해묵은 앙금’만 재확인하는 ‘악수’가 됐다.

◇安, 文과 회동 하루 만에 제안 거절=안 전 대표는 이날 두 차례나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어제(19일) 문 대표와 당 혁신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으나, 제안을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는 말씀도 드렸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가 본인이 적절치 않다며 (위원장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다”며 “하지만 우리 최고위원들은 안 (전) 대표가 당내에서 더 공감의 폭이 크다고 생각하고, 또 안 (전) 대표가 만난 이후에 발표한 내용으로 볼 때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설득하기로 했는데 좀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서는 오전까지만 해도 안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 수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혁신기구 위원장을 수락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곧바로 공식 거절 의사를 발표했다.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가 이런 지도부의 입장 표명을 일종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거부 의사를 못 박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맡으라는 말도 있는데, 맡지 않으면 ‘선사후당’이냐. 그런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오후에 다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안 전 대표에게 위원장직을 재요청키로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재차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다른 분들 좋은 분들 많으시니까 찾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거절이냐 유보냐…진실 공방도=회동 자체에 대해서도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설명은 엇갈린다. 안 전 대표는 전날 회동 이후 위원장직 거부 의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과 관련, “혁신위원장 인선이 될 때까지 (거부 의사) 발표를 유보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 대표의 태도를 ‘거절’이 아니라 ‘유보’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가) ‘위원장직을 맡기 어렵다’고 했다”면서도 “문 대표가 ‘좀더 시간을 갖고 고민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안 전 대표가 ‘알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조국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는지도 공방 대상이다. 문 대표는 안 대표가 조 교수를 추천했다고 밝혔지만, 안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추천 안 했다”고 반박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