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54층 무역센터 화재 대피 훈련 참여해보니…

입력 2015-05-21 04:30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두 번째)이 이날 실시된 초고층건물 화재 대피훈련에서 입주 직원들과 함께 입을 막은 채 피난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주관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20일 열린 ‘초고층건축물 화재 대피훈련’에서 소방관들이 고압펌프차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20일 오후 2시 서울에서 8번째로 높은 54층(215m)의 삼성동 무역센터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7층 사무실에서 리모델링 공사 중 용접불티가 튀어 화재가 발생했고 낙화물에 의해 2, 3층 사무실로 불이 확산됐다.

뿌연 연기 속에 직원 1500여명이 대피방송에 따라 피난계단을 통해 긴급 대피했다. 기자도 8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계단을 통해 급히 이동했고 5분 만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연기가 앞을 가려 입구를 찾기 어려웠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20층에서 창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했다. 곧이어 도착한 소방차가 연신 물을 뿜었고 고가사다리가 펼쳐졌다. 무역센터 앞마당엔 현장지휘소가 차려지고 강남소방서장이 구조작업을 지휘했다.

서울시가 충무훈련의 일환으로 주관한 민·관 합동 초고층건물 화재 대피 훈련이지만 모든 상황이 실제처럼 긴박하게 전개됐다. 특히 종전과 달리 소방차를 미리 대기시켜 놓지 않고 화재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출동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또 사전 시나리오 없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맞춰 구조활동을 펼쳤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후 1시50분 무역센터 50층 무역협회 회장실에서 김인호 회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등과 함께 훈련 개요를 듣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피난계단으로 대피했다.

훈련에는 서울시, 강남구·소방·경찰·병원 등 28개 기관 1680명이 참여하고 소방차 34대, 소방헬기 2대, 150m까지 송수가 가능한 고압 펌프차 등 화재진압장비 55대가 투입됐다. 소방헬기는 고가사다리 활용이 불가능한 18층 이상의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에 필수적이다. 특히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드론(무인기)까지 동원됐다.

박 시장은 “서울에는 30층 넘는 빌딩이 300곳이 넘어 언제 어떻게 대형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오늘처럼 실제 상황과 똑같은 훈련을 통해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서울 도심에서는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진행됐다. 오후 2시 정각, 서울 중구 신당동 중부소방서 소방차량들은 출동 지령이 내려오자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 출동했다.

지휘차·펌프차·구조버스·구급차 등 소방차량 다섯대가 줄을 이어 퇴계로, 명동, 회현사거리, 을지로입구를 거쳐 소방서로 되돌아오는 훈련이었다. 차량들은 대부분 소방차에게 차로를 양보했지만 소방차량 대열로 끼어드는 차량도 일부 있었다. 을지로2가 사거리에서는 소방차가 을지로3가 방면으로 통과하는 순간 남산1호터널에서 청계2가 방면 직진 신호를 받은 차량 서너대가 양보하지 않아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