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도경] ‘세계교육포럼’ 유감

입력 2015-05-21 02:38

지금 인천에선 지구촌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고민하는 세계교육포럼(19∼22일)이 열리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 참석한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만으로도 행사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이들이 자리를 빛낸 덕에 ‘흥행’에는 성공한 듯하다. 다만 세간의 관심은 포럼 내용보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해프닝, 그의 정치적 행보 등에 쏠리고 있다. 국내 교육계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포럼에서 다루는 내용과 우리나라 학생·학부모·교사의 관심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포럼을 구성하는 회의 대부분은 ‘교육 빈곤’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프리카·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어떻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느냐가 핵심 이슈다. ‘교육 과잉’을 해소하고 아이들에게 ‘행복’을 돌려주는 게 최대 숙제인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제다.

정부는 한국 교육을 홍보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20일 ‘교육이 발전을 이끈다-한국사례를 중심으로’라는 특별세션이 있었다. 주최 측인 유네스코가 개최국 한국의 ‘교육 정책’을 알리도록 마련한 자리다. 정부는 ‘한국형 교육모델’을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으로 정의했다. 이어 △정부의 선도적 리더십 △우수한 교원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성공 요소로 꼽았다. 성공의 이면에는 정부의 체계적·단계적·순차적 발전전략이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정말 그럴까. 정부는 “우리나라는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 진학률이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준칙주의는 최소의 요건만 충족하면 대학을 인가하는 제도다. 부실대학 난립, 고학력 실업자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돼 2013년 폐기됐다.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린 배경으로 무분별한 준칙주의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또 정부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교육 발전의 이유로 꼽았지만 현재 지방교육재정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으로 파탄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입시 경쟁은 유치원부터 시작되고,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를 양산하며, 사교육비 폭증으로 학부모 허리가 휘는 병폐는 쏙 뺐다.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인데 흥미도가 최저인 ‘우리만의 기현상’도 다루지 않았다.

지금 인천에는 각국 교육수장 100여명과 전문가 1000여명이 모여 있다. 이들에게 우리 교육의 어려운 숙제들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지혜를 빌리는 자리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우리 교육계의 반응이 시큰둥할까.

이도경 사회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