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실태 보고서가 공개돼 충격을 안겼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보기관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직접 테러범과 용의자들을 색출·검거하거나 살해하는 실행기관으로 변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안보매체 포린폴리시(FP)는 19일(현지시간) ‘임무: 제지불능(UNSTOPPABLE)’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CIA가 10여년간 어떻게 대(對)테러 실행기관으로 변화했는지 집중 조명했다. 특히 FP는 CIA가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 정보기관들을 따돌리고 의회 등 견제·비판 세력을 무력화해 제어 불가능한 거대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대이라크 정보 실패와 민간인 드론 공격 피해, 용의자 불법 구금과 고문, 상원 정보위원회 컴퓨터 불법수색 등의 추문으로 불법·비리·무능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CIA가 건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대통령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응답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통령 직접보고권’을 꼽았다. 또 정부 곳곳에 포진된 명문대 학맥과 장차관급 요직에 널리 퍼져 있는 CIA 출신 인맥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쏟아지는 비판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지난해 3월 평소 CIA 최대 지원 세력으로 꼽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당시 상원정보위원장이 “CIA가 정보위의 고문 실태 조사 상황을 염탐하기 위해 정보위 컴퓨터를 불법적으로 열람했다”며 맹렬히 비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전적으로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으나 4개월 만에 해킹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브레넌 국장의 입지는 여전히 확고하고 IS 퇴치 전략을 옹호하는 얼굴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어 CIA의 견고한 위상을 입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테러와의 전쟁 15년… ‘무소불위’ 권력기구 된 CIA
입력 2015-05-21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