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연간 7∼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인도 12억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농민들에게는 이런 경제 성장이 ‘남의 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랍권의 글로벌 매체인 알자지라가 19일(현지시간) 전한 인도 농촌 마을의 상황은 비극이 따로 없었다.
인도 중서부의 마하라슈트라주는 ‘농민들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주(州)’로 통한다. 지난 20년간 6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기간 인도 전체적으로도 30만명의 농민이 자살했다. 농민 자살 비율은 타 직업군에 비해 47% 포인트나 더 높다.
자살 이유는 농사를 짓기 위해 빌려다 쓴 빚과 나쁜 날씨 탓이다. 갈수록 기후가 불안정해져 가뭄이 지속되는가 하면 느닷없이 우박이 쏟아져 농사를 망쳐 빚더미에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빚 갚을 일이 막막하자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현재 농민 중 52%가 빚을 진 상태다. 농업보험 등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보험 가입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빚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빚 진 집안과는 결혼하기를 꺼려 그런 집안의 자식들은 혼기가 지나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세상을 뜨지만 그 빚은 고스란히 가족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모디 정부는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현지 활동가인 키쇼레 티와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정부의 경제 성장 모델에서 농촌은 배제됐다”며 “현 집권세력은 농촌의 어려움이나 농민들의 자살을 정책 어젠다로 다루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기는커녕 현 정부는 농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강제로 농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친기업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농민들을 더욱 실망시키면서 농촌의 앞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아버지가 얼마 전 자살했다는 23세 청년 사마드한은 “머지않아 (농민들이 터전을 잃으면) 엄청난 규모의 값싼 일용 노동자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모디 정부가 원하는 게 이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농민 자살공화국 인도… 친기업 모디노믹스, 기업의 농지수용 허용으로 농민 자살에 기름 부어
입력 2015-05-21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