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여름 전북 전주에 있는 전북학생회관에서 오페라 ‘루치아’가 무대에 올랐다. 당시 1000여명의 관객은 웅장한 무대, 화려한 의상, 멋진 목소리에 빠져 설렌 가슴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에서 첫발을 내딛은 호남오페라단의 창단 공연이었다.
호남오페라단이 오페라의 불모지였던 전북지역에 씨앗을 뿌린 지 30년째가 됐다. 한국음악의 세계화와 지역문화의 세계화를 내세웠던 이 오페라단은 그동안 종합예술의 꽃을 피우며 전국에서 가장 정체성 있는 공연 단체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1996년 사단법인이 된 호남오페라단은 해마다 3회 이상, 총 400여회 국내외 공연을 했다. 1999년 ‘녹두장군’을 시작으로 9편의 창작품도 탄생시켰다. ‘춘향’과 ‘쌍백합 요한 루갈다’ ‘서동과 선화공주’ ‘논개’ ‘심청’ ‘흥부와 놀부’ 등 우리나라와 전북의 역사, 문화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8편이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됐다.
창단 주역인 조장남(65·군산대 성악과 교수) 단장은 30년째 오페라단을 이끌며 저변확대에 온 힘을 쓰고 있다. 호남오페라단은 22∼23일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La Traviata)’를 무대에 올린다(사진). 30주년 기념공연이자 43번째 정기공연이다. 연출은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푸치 카테나 감독, 지휘는 이일구(협성대) 교수, 주연인 비올렛타 역에는 김희정, 고은영 성악가가 더블 캐스팅됐다.
조 단장은 “창작품인 ‘루갈다’ 작품을 내년에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공연하는 것도 적극 추진 중”이라며 “지난 30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쉼없이 작품을 선보여 많은 사람이 문화적 삶을 향유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400여회 국내외 공연 종합예술 꽃 피웠다… 호남오페라단 창단 30년
입력 2015-05-2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