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차기 대선에 선을 긋고 나섰지만 ‘반기문 대망론’은 식을 줄 모른다. 정치권에선 이미 반 총장을 대권 잠룡으로 보고 퇴임 이후의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20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거부로 무산됐지만 그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하면서 따라붙은 세계적 명성에다 외교관료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아 보이는 신선한 이미지가 ‘반기문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 반 총장에 대한 ‘대통령 적합도’는 36.4%를 기록했다. 기존의 여야 후보군을 20% 포인트 넘게 앞선 것이다.
반 총장은 “앞으로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저를 (대선 주자로)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을 1년 앞둔 2016년 12월 퇴임한 뒤에도 여론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에 대한 대권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론은 충북 출신인 반 총장의 중원 장악력을 근거로 한다. 국민들 사이에 퍼진 정치 혐오증이 세대를 아우르는 지지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의원은 “뚜렷하게 치고 나가는 대권 후보가 없기 때문에 정치권 밖의 반 총장이 집중 조명을 받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여야 어느 쪽에서 출마하든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 총장이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칼날 같은 검증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검찰의 ‘표적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과 반 총장의 가까운 관계를 그 이유로 꼽은 부분도 반 총장으로선 부담이다.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반 총장 동생이 경남기업에서 일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은 “충청 출신의 훌륭한 인물이지만 국가경영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이 제대로 검증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北, 반기문 방북 거부] “여론조사 때 난 빼달라” 손사래치지만… 꺼지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
입력 2015-05-21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