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 총장도 뿌리친 北… 한반도 불안정성 확대되나

입력 2015-05-21 00:02
북한이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을 갑자기 철회했다. 반 총장은 21일 하루 동안 개성공단을 방문키로 예정돼 있었다. 반 총장은 북한이 외교 경로를 통해 알려왔다면서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돌출행동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제기구 수장의 공식 방문을 이런 식으로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무례를 넘어 국가 수준을 의심케 하는 짓이다.

갑작스러운 철회는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복잡하고 불안정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남북한 사이에 메신저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적인 제스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공개하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처형했다. SLBM 시험은 긴장 조성을 위해 한·미 등 외부세계를 향한 무력시위이고, 현영철 처형은 내부 군기를 잡기 위한 공포정치의 전형이다. 상당히 계산된 것으로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포정치와 SLBM 시험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유엔은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러한 주변 정황들은 북한 내 강경파 목소리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개성공단 방문 취소 이후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성명을 통해 “핵 타격 수단이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라며, 유엔 안보리에 대해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줴버리고(내버리고) 주권 존중의 원칙,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라고 강력 비난했다. 긴장 국면을 계속 유지하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 총장의 개성 방문 취소는 이 같은 북한 내부의 이상기류와 경직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성 확대, 김정은의 미숙한 외교력 등이 얽혀 돌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연결고리인 유엔과 이렇게 관계를 가져간다면 되돌아올 수 없는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유엔 사무총장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위협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낫다. 중국과 러시아도 핵과 미사일을 마냥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대외 관계를 풀기 위해 대화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고립과 긴장 조성 정책은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만 불러오고 북한 주민들의 삶만 더욱 피폐하게 만들 따름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중국 유엔 등과 함께 북한의 불안정성 확대나 급변 사태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