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기문 방북 거부] “대통령 활동에 의회 초당적 지지 중요”… 반기문 총장 국회 방문

입력 2015-05-21 02:5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접한 뒤 나란히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국회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활동해 나가는 데 있어서 의회의 지지, 특히 초당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다.

반 총장은 “초당적 지지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제가 강조한다”며 “외교, 국제개발, 평화, 정의에 있어서는 당이 다를 수 없고 인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안이나 예산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데 의회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의장은 “유엔이 테러, 전쟁, 기아, 질병 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장 재임기간 동안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대한민국 국회가 돕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무산시킨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 의장은 “유엔에 대단한 결례”라며 “북한 지도자들이 사과하는 뜻으로 빠른 시일 내에 유엔 사무총장을 평양에 초청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 총장은 취임 후 이날까지 다섯 번 국회를 찾았다. 국회의장 예방이 세 차례였고 연설과 오찬 참석이 각각 한 번씩이었다. 반 총장은 국회에 도착해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대의정치 발전과 국민복리 증진을 위해 진력하시는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지도력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은 접견을 마치고 국회 본관 밖까지 나와 반 총장을 배웅했다.

반 총장은 또 이화여대에서 남성으로는 처음으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 총장은 “평소에 ‘한국 여성들이 왜 골프에 능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답은 간단하다. 최고의 골프선수는 균형감각과 타이밍, 힘이 완벽하다. 한국 여성들이 가정 예산을 관리하고 하루 시간표를 잘 짜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반 총장은 전날 모친인 신현순 여사의 95세 생일을 맞아 서울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방한 때마다 고향(충북 음성)을 찾았지만 이번엔 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