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일요일인 지난달 12일 오후 급히 꾸려졌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메모가 발견된 지 사흘 만이었다.
메모만 발견된 당시에는 수사팀 출범이 기획되지 않았지만 홍준표(61) 경남지사에 대한 금품 전달자가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핵심 증거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성 전 회장과 리스트 등장 인사들의 행적을 최대한 복원하는 작업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검찰 조사를 받던 경남기업이 빼돌린 자료를 찾는 한편 그밖에 수집 가능한 자료들을 모아 동선을 재구축했다.
이 작업에 매진하느라 “수사가 지류에 머물고 있다”는 오해의 시선도 받았지만, 수사팀은 “수사에는 단계와 순서가 있다”는 말로 2주를 버텼다. 무턱대고 리스트 인사를 소환해 의혹을 직접 따져 묻는 결정은 하수(下手)라는 판단에서였다.
어느 정도 관련자들의 행적 복원을 마쳤다고 수사팀이 밝힌 건 출범 3주차인 지난달 26일이었다. 수사팀은 이때 ‘바닥 다지기’를 떠나 ‘기둥 세우기’에 접어든다고 비유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지붕을 얹으려면 기둥이 3개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팀이 “산에 가면 기둥이 2개인 일주문(一柱門)도 있더라”고 답한 일이 있었다. 기둥 개수가 곧 소환될 리스트 인사 숫자를 은유한 것이라는 해석에 홍 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의 소환 임박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홍 지사는 그 다음주인 지난 8일 수사팀의 부름을 받았다. 홍 지사가 장외에서 언론을 통해 메모 및 전달자 진술의 증거능력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수사팀은 “검사는 수사하는 법률가”라는 말로 그를 맞이했다. 소환조사 뒤 홍 지사가 “(돈 전달 의혹이 있는) 시간과 장소를 묻지 않을 거라면 피의자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으나, 수사팀은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피의자를 소환하는 법은 없다”고 맞섰다.
출범 5주차인 지난 14일에는 리스트 인사 중 두 번째로 이 전 총리가 수사팀 문턱을 넘었다. 수사팀은 리스트 인사들을 소환하기 전후로 성 전 회장의 측근들, 리스트 인사들의 주변 인물들을 수시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수사팀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검 중수부의 성격대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에 임했다고 한다. 검사 개개인이 아닌 조직적인 판단 아래 수사팀원들이 한 몸처럼 움직였고, 수사에는 절대 보안을 유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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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1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