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 美 연일 ‘사드 압박’… 로즈 “한반도 영구주둔 고려”

입력 2015-05-21 02:46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왼쪽)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레이번 의원회관에서 한미문제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터 휴시 지오스트래티직 애널리시스 대표(가운데)와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패널로 참석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배치를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우리 정부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미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한미문제연구소(ICAS) 주최 토론회에서 “사드는 러시아나 중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줄 수도 없다”면서 “사드가 한국에서 가동된다면 전적으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즈 차관보는 그러면서 “비록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사드 포대의 한반도 ‘영구 주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즈 차관보는 또 ‘미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국방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에 서려 한다’는 중국 측 시각에 대해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동원해 중국의 전략적 능력 잠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로즈 차관보는 강연 후 기자들의 질문에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북한의 사거리 연장 스커드와 노동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로즈 차관보의 발언에 앞서 이날 오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미사일 방어와 미국 국가안보’ 세미나에 참석한 제임스 윈펠드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을 방문했던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주한미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공개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달 방한했던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사드는 아직 생산단계다. 누구와도 협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한·미 간 논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었다.

이에 따라 최근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미측 기류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우리 정부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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