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일 ‘초계파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제1야당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문 대표는 4·29재보선 참패에 따른 계파 갈등을 ‘안철수’ 카드로 돌파할 생각이었으나 불발에 그쳤다. 대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노(非盧) 진영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경우 당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분당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작금의 위기 국면을 타개할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문 대표에게 있다. 그는 선거 패배 후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비노 세력에 정면으로 맞서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림으로써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대선에 출마했던 저명 정치인답지 않게 아직도 야당의 한 축에 불과한 친노(親盧) 프레임에 갇혀 있다.
문 대표는 지금이라도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공개 선언하고,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소수 친노 인사들을 과감하게 내치고 대탕평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화합과 단결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당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자신의 공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들의 친노 인사 2선 후퇴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표가 더 이상 친노 좌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때 비로소 당이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표는 만에 하나 당이 쪼개질 경우 총선에서 여당에 압승을 안겨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분당될 경우 부산·경남 중심의 야당과 호남 중심 야당으로 나눠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전자는 참패할 게 뻔하고, 후자 역시 무소속 후보들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내후년 대선은 보나마나 필패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제1야당이 지지자들에게 이런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병헌 최고위원의 표현처럼 ‘가장 사악한 짓’이다.
비노 세력도 당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묘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이 야당에 바라는 것은 내분을 조기에 수습해 박근혜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발표한 호소문은 울림이 크다.
[사설] 친노 패권주의 청산 나서야 내분 수습될 것
입력 2015-05-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