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칸 영화제서 ‘무뢰한’으로 갈채 받은 전도연] “별명 ‘칸의 여왕’ 연기자로서 오히려 자극제”

입력 2015-05-21 02:54
영화 ‘무뢰한’의 주인공 전도연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과 갈채를 받고 돌아온 그는 “칸의 여왕이 아니라 남자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여자 김혜경의 역할을 관심 있게 봐 달라”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배우 전도연(42)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무뢰한’으로 갈채를 받았다. 네 번째 칸 영화제에 참가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역시 칸의 여왕”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전도연은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0년 ‘하녀’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에서 한국영화를 알리고 돌아온 그를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감을 묻자 “너무 힘들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젠 칸에 좀 익숙해지고 적응도 하면서 편할 것 같았지만 여전히 떨리고 부담스러웠어요. 1주일간의 강행군에 잠도 제대로 못 자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했고요.”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그동안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는데 이번에 배우의 길을 함께 가는 수식어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칸의 여왕’ 수식어를 떨쳐내려고 무지 고심했죠. 하지만 이제 감사해요.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어떤 작품을 하는지 항상 지켜봐준다는 점에서 더욱 열심히 하는 자극제가 되는 거 같아요.”

이번에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무뢰한’은 살인범의 여자와 형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도연은 살인범(박성웅)을 사랑하면서도 형사(김남길)에게 마음을 여는 김혜경을 연기했다. 범죄 누아르 장르를 하드보일드 멜로 스타일로 바꾼 건 전도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꽃병 속의 꽃 같은 여자,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가 아니라 그들과 부대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는 김혜경을 표현하고 싶었죠. 오승욱 감독께서 저한테 혜경이의 캐릭터를 많이 맡겨줬는데, 치명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의 출연작 가운데 ‘해피엔드’(2000) ‘인어공주’(2004) ‘너는 내 운명’(2005) 등 사랑 소재 영화가 많다. “저는 사랑 지상주의자예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고 그러잖아요. 꼭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서툴고 솔직하지 못해도 사랑 얘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무뢰한도 그런 느낌의 영화랍니다.”

그는 일곱 살 딸을 두고 있다. 엄마로서의 삶은 어떨까.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많은데 못 해주니까 늘 미안하죠. 하루는 길을 가다 집이 너무 예뻐 불쑥 들어갔는데 사람이 있는 거예요. 놀라서 나오려고 하니 그 사람이 ‘어머! 전도연씨 아니에요?’ 하면서 반가워하는 거예요.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이 엄마를 알아보니 좋고 엄마가 너무 바빠 같이 놀 시간이 없어 싫다고요.”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솟은 그에게 해외 러브콜이 없을 리 없다. “할리우드 쪽 감독들이 제안을 해온 적은 있어요. 그러나 언어문제 때문에 성큼 나서지는 못해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하고 이 나이에 배우는 것도 너무 힘들 것 같거든요.” ‘하하’ 웃는 그의 얼굴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의 열정과 여유를 읽을 수 있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