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요셉 (7) “탈북민 가르치려 말고 그들로부터 배워라”

입력 2015-05-21 00:32
1997년 새중앙교회 북한선교회에서 평신도 사역을 하던 시절 조요셉 목사(셋째 줄 오른쪽 열한 번째)가 탈북민과 함께 축구 경기를 한 후 찍은 모습.

나는 학부 때부터 박사과정까지 중국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유교의 종주국인 중국이 어떻게 공산화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중국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선교에 관심을 갖고 교회에서 중국선교 활동을 했다. 하나님이 나의 관심을 중국선교에서 북한선교로 사역의 지경을 넓혀주신 것은 1995년 8월 즈음이다. 역경의 열매 1회(5월 13일자) 때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경기도 군포경찰서에서 일하는 어떤 형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처음으로 두 명의 탈북민을 만났다. 두 사람이 교회에 나오게 되자 나는 교회 안에 북한선교회를 만들었다.

나는 새중앙교회에서 시작한 북한선교 사역을 통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많이 경험했다. 솔직히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을 상대하면서 나는 마음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탈북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탈북민을 가르치지 말고 그들로부터 배우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교제를 하려고 했다. 96년 9월 교회 봉사자, 탈북민과 함께 경기도 화성에 있는 궁평리로 놀러갔다. 도착할 때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집사님 한 분이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가게로 가서 “탈북민들과 함께 놀러왔는데 텐트를 좀 빌려도 됩니까”라고 물었다가 가게 주인으로부터 “잠수함 보낸 놈들이 무엇이 예뻐서 텐트를 빌려주냐”는 면박을 받았다.

당시 강원도 강릉에서 북한의 무장공비가 잠수함을 타고 와 좌초된 사건이 일어났다. 나는 탈북민들이 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따지고 보면 탈북민들이 잠수함을 보낸 것이 아니다. 그들은 김일성 일가가 지배하는 북한의 체제가 싫어서 남한으로 온 것이다. 탈북민이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탈북민과 함께 스포츠 교제를 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경기가 끝나면 남자 탈북민과 함께 사우나에 가서 목욕하고 식사도 같이 하곤 했다. 이렇게 친해지니 그들이 마음속 깊은 얘기도 털어놨다.

한 번은 새벽 1시가 넘어 한 탈북민 형제한테서 “집사님 주무세요?”라며 전화가 왔다. 그는 “지방에 안보 관련 강의를 하러 갔다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백화점에 납품하는 횟감 두 박스를 샀어요. 집사님께 드리려고요. 교회 숙소에 냉장고가 없어 상할까봐 지금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넘어서 그가 우리 집에 왔다. 그가 저녁을 안 먹었다고 해서 저녁상을 차려줬다. 그 형제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나 때문에 늦은 밤 생선 횟감을 가져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형제는 다른 탈북민과 달리 무엇이든지 있으면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당신도 어려운데 왜 나눠주냐”고 물으면 그 청년은 언제나 “저도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줘야지요”라고 답했다. 그는 목사가 된 지금도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정리=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