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한다.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처음이다.
반 총장의 방북은 최근 북측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격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개성공단 최저임금을 둘러싼 남북 갈등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 평화의 메신저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장기 경색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반 총장은 1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북한이 진솔한 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소개했다.
반 총장은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 경의선 육로로 개성공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에서 우리 입주기업을 둘러보고 북측 근로자들을 격려한 뒤 응급의료시설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저의 방문이 조금이나마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마음먹고 남북한 정부와 협의한 뒤 양측 동의를 얻어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북핵과 경협 등 남북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 평화와 안보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도 “대화의 힘을 믿는다. 대화가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유엔기관 지도자들과 북한 지원 논의가 준비되고 있다”며 유엔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반 총장은 뉴욕 채널을 통해 북측에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밝혔으며, 이와 동시에 우리 정부에도 관련 내용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이강우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등이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방문은 1993년 12월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방북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갈리 전 총장은 당시 평양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환담하고 오찬을 했다.
반 총장은 앞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개막식 연설에서 북한의 변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법치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남혁상 조성은 기자 hsnam@kmib.co.kr
반기문, 남북화해 ‘촉매’ 기대
입력 2015-05-20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