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남·김양건, 반 총장 마중 나올까

입력 2015-05-20 03:42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코리아 지도자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전격 발표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개성공단행(行)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반 총장의 방문을 허락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돌파구란 평가가 나온다. 그가 남북 간 화해모드가 절정을 이뤘던 노무현정부의 외교부 장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 북한에서 2시간 남짓 개성공단에 머무는 동안 어느 북측 인사가 반 총장을 영접하느냐다. 아직은 북측 인사와의 면담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고위급 인사가 찾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돌발적으로 최고위급 인사를 보냈던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때처럼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19일 “반 총장이 국가원수급인 만큼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국가원수 방문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이은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나와야 하지만, 국빈방문이나 공식방문이 아닌 만큼 그 아래급인 이 외무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영접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김 비서가 김 제1비서의 숙청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첩보가 있는 만큼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방문 전날인 20일에 유엔 사무국 실무 직원 2명이 선발대로 개성공단을 사전 답사하고 반 총장이 누구를 만날지 등을 협의한다. 선발대 2명은 의전 및 경호 담당 각 1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소식통은 “방문 일정이 짧아 누구와 길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서도 “혹 고위급 북측 인사가 나온다면 면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반 총장은 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통해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고, 개성공단 내 동선과 의전 등은 유엔 측이 북한과 직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차례 타진했던 평양 방문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 총장은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밝혔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적절한 기회에 방북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만약 이번 개성공단 방문에서 북측 고위급 인사와 접촉할 경우 그는 이런 뜻을 김 제1비서에게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 관계자는 “개성공단 방문은 남북 간에 잘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평양 방문과 완전히 분리된 건 아니지만 콘텍스트(맥락)가 다르다”고 했다.

정부로서는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공단 내 근로자 임금인상 요구 문제를 푸는 데 반 총장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측의 ‘당국 간 임금인상 문제 논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 반 총장 방문 다음 날인 2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이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 4월분 임금 지급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회장단은 이미 북측에 종전 월 최저임금(70.35달러) 기준으로 임금을 주고 차액과 그에 따른 연체료는 당국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소급 적용한다는 담보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제안해놓고 있다. 북한은 이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왔다. 통일부 관계자들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할 당국자는 같이 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외교부 장관 시절이던 2006년 6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 등 주한 외국 공관장 70여명을 이끌고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