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19일 국빈 방한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기 위해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부터 이어진 릴레이 면담에서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 관련해 인도 현지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오전 10시40분쯤 가장 먼저 도착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오전 11시20분쯤 모디 총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호텔로 들어섰다. 로비에서 조우한 인도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안부를 묻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정 회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도 제3공장 건설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97년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자동차 41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6.2%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연간 생산 능력은 60만대 수준이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모디 총리와 한·인도 간 자동차 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동석한 면담에서 “현대차그룹의 인도 첸나이 공장은 한·인도 경제 협력의 상징”이라며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도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첸나이 공장에서 지난해보다 4% 성장한 64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인도 자동차산업의 주요 역할을 하는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게 돼 반갑다”며 “현대차그룹과 인도의 협력 관계가 지속·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나 롯데의 현지 사업 현황과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인도는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기부흥정책)로 해마다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며 “롯데는 인도에서 다양한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2004년 롯데제과가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사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식품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인도에 진출했다. 이후 롯데제과는 2010년 첸나이에 초코파이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세웠고, 오는 7월 완공을 목표로 델리에 새 초고파이 공장을 짓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대표,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도 잇따라 모디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신 사장은 면담 직후 취재진에게 “삼성은 인도에 1995년 진출한 뒤 단말기를 팔고 있고 네트워크도 깔고 있다”며 “모디 총리와는 인도와 삼성이 잘 협력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인도에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 도와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연산 180만t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하는 등 현재까지 12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울러 포스코가 인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이어 울산으로 이동해 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등 경영진과의 환담에서 모디 총리는 현대중공업이 인도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모디 총리-재계 총수 릴레이 면담] “공장 건설·투자 확대하고 싶은데…” “인도 정부 차원 적극 지원”
입력 2015-05-20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