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순신 장군은 구국의 영웅입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명장이죠. 우리에겐 전쟁영웅 이상입니다. 슈퍼히어로일지도 모릅니다. 나치 독일군을 격퇴한 캡틴 아메리카나 고담시에서 악에 맞서 싸운 배트맨처럼 말이죠.
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사진)에게도 그랬습니다. 더욱이 이순신 장군은 영화나 만화 속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했던 슈퍼히어로죠. 콤판은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한 컷 한 컷 그려나갔습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 민중이 겪었던 핍박과 왜군의 만행도 담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그림으로 여덟 편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콤판은 5년 동안 4만부를 찍었죠. 이제 5만부 판매 달성이 눈앞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제작비였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 무관심한 미국인들에게 이순신 장군은 생소한 영웅입니다. 그들에게 일본의 사무라이와 닌자는 악당보다 주인공으로서 익숙합니다. 미국 출판사들이 이순신 장군을 앞세운 만화에 투자하고 출간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콤판은 만화 박람회에서 직접 발품을 팔며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죠. 미국에서 슈퍼히어로로 부활하는 듯했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콤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나라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소셜 펀딩 사이트를 개설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알렸습니다.
소셜 펀딩은 만화가, 영화감독, 작곡가 등이 인터넷에서 투자나 후원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기금입니다. 기금 신청자는 목표액과 기간을 직접 정합니다. 목표액에 도달하면 후원금을 받습니다.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죠. 도달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네티즌들에게 돌려줍니다. 콤판은 목표액을 1000만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콤판의 후원요청 소식이 우리나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이 움직였습니다. 최소 모금액은 1000원이지만 대부분은 1만원 넘게 후원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무려 150만원을 후원했죠. 모금액은 19일 오후 6시쯤 1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콤판은 든든한 제작비를 확보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미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런 구국 영웅을 발견한 미국인 만화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았을 겁니다. 다른 누군가는 콤판의 재능과 콘텐츠의 잠재력을 보고 후원했겠죠. 이번에도 우리 네티즌들이 해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슈퍼히어로 이순신’ 美에 전파 벽안의 만화가 자금난 빠지자 네티즌 후원 모금
입력 2015-05-20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