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다시 동북아시아의 핵심 안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사드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을 향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한(對韓) ‘사드 압박’ 모드를 더욱 높이는 형국이다. 이 사안으로 한국을 향해 “안보에 관한한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하라”는 의도를 노출한 것이다. 때문에 ‘중국 밀월’ 기조를 유지해온 박근혜정부의 외교정책이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은 분명히 (북한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헤이글 전 장관은 애슈턴 카터 현 장관의 전임자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안보정책 틀을 짠 인물이다. 그는 “(사드는) 공격적 차원이 아닌 방어적 차원의 무기”라며 “잠정적으로 위협에 대처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도 했다. 그의 발언은 전날 케리 장관이 용산기지에서 주한미군 상대로 행한 연설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드는 우리나라와 북한은 물론 미·중의 이해가 상충하는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정부가 미군기지 내 배치만 허락해도 중국은 가만있지 않을 게 틀림없다. 결국 미국은 전통적인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탄도미사일 위협을 명목으로 박근혜정부의 친중 외교 노선 수정을 요구하는 모양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여권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중국밀월 노선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약화됐으며 이를 정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석상에서 “작년부터 미국 국무부·국방부·주한미군 핵심 인사들이 사드 등 MD를 언급하는데 우리 정부가 계속 ‘3NO(요청·협의·결정 없음)’를 말하는 상황은 한·미동맹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북한의 지상 미사일은 이미 실제적 위협이 됐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추가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한·미는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최단 시간 내 최적의 MD를 구축해야 한다. 이 점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때 열릴)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가 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는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안보 이익을 고려해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다만 “방어력 증강과 군사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군사실무적 차원에서 파악 중”이라고 했다. 3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방한 때와는 미묘하게 변화된 입장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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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0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