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어릴 적 자주 불렀던 한국의 최초 로봇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V)’의 주제곡 첫 소절이다. 1970년대를 살아온 30, 40대 중년층에게 지금도 영웅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40년 넘는 짧지 않은 역사지만,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이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발전해 왔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원작자인 김청기 감독의 애정이 남달랐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의 애니메이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던 그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작사 신씨네(신철 대표)와 공동으로 오래된 ‘로보트 태권브이’의 필름을 디지털 복원 작업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2007년 재개봉한 ‘태권브이’도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최고 관객수를 기록해 국산 애니메이션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해보였다. 신씨네는 앞으로 250억원 규모의 CG(컴퓨터그래픽)를 통한 실사 영화를 만들어 디지털시대 감각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또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정부도 문화산업 분야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이런 외적인 기반 강화로 다수의 애니메이션이 기획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다수 작품이 좋은 기획을 갖고도 제작비가 부족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다양하게 확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콘텐츠 산업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회를 고르게 부여해 애니메이션 산업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캐릭터 산업으로 확대함으로써 관련 산업까지 육성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프랑스 인기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의 경우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판권을 확보하고 훌륭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기획력을 뒷받침으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금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관련 회사들이 초기 기획 및 영상 제작에 비용을 들여가며 해외 시장을 겨냥한 도전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소비자들의 외면과 냉대로 순수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해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토종 문화산업은 좋은 인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책적, 제도적 환경과 인프라 확충에 따른 자금지원 부족 때문에 디즈니 같은 세계적인 디지털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석희 기자 shlee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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