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저녁 브라질에 도착, 8박9일간의 남미 순방을 시작했다. 리 총리는 브라질에 이어 콜롬비아 페루 칠레를 국빈 방문한다.
리 총리는 19일 브라질리아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남미대륙 횡단 철도 등 인프라 건설과 산업협력 등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번 리 총리의 남미 순방은 그동안 중국의 투자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 대규모 차관을 대주고 자원을 확보하는 형식이었다면 앞으로 직접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방식이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남미횡단 철도다. 중국은 이번 리 총리의 남미 방문이 남미 경제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 인프라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양자 간 ‘생산능력 협력’을 강화시키는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루벤 곤살레스 빈센트 홍콩 시티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둔화로 내수 시장에서 폐업 위기에 직면한 중국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사들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남미횡단 철도는 중국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와 철광석을 수입하는 비용을 줄이면서 중국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렸던 지역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경제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과 남미의 교역규모는 2636억 달러(약 286조원)로 2000년에 비해 20배 성장했다. 중국의 남미 투자액도 지난해 800억 달러에 이른다.
남미에 대한 중국의 대출도 지난해 70% 이상 증가한 220억 달러에 이르러 미국 주도의 미주개발은행(IADB)과 세계은행(WB)을 합친 것을 웃돈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남미 무역액을 2020년까지 5000억 달러까지 늘리고 누적 투자액도 25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영향력 상승은 먼로 독트린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의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연두교서에서 밝힌 외교 방침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미주 대륙 간섭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 포브스는 “미국이 잠자고 있는 사이 중국이 남미를 정복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국책연구기관인 응용경제연구소(IPEA)의 헤나투 브라우만 소장은 “중국은 4조 달러에 달하는 보유 외환을 이용해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에 대척점을 형성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훙잉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라틴아메리카연구소장은 “중국과 남미 국가 간 유대 강화를 미국에 도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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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잠자는 사이 중국이 남미 정복했다”… 리커창 남미 4개국 순방
입력 2015-05-20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