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여자들’서 열연 채시라 “우리 주변 많은 ‘현숙이’들 용기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

입력 2015-05-20 02:21

배우 채시라(47·사진)의 억척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주인공 김현숙 역을 맡은 채시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31년차의 톱스타 여배우가 동네 불량배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전작 ‘천추태후’나 ‘인수대비’에서 보였던 강인하고 도도한 여성상, 첫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청초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더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드라마는 고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온갖 사고를 치다가 퇴학, 출산까지 하게 된 현숙이 복수 대신 이해와 용서를 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 큰 울림을 줬다. 하나뿐인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뛰어드는 현숙은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과도한 정의감에 일을 그르치기 일쑤고, 열정은 많지만 보는 그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단순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였다. 순진하고 정 많은 현숙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채시라는 “우리 주변에 있던 많은 ‘현숙이’가 공감해줬다”며 “용기를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유독 못난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한 듯한 메이크업에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를 질끈 묶거나, 뛰고 구르고 소리 지르고 펑펑 우는 장면 등이다.

“몸을 쓰는 장면은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더 사고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아쉬움도 있어요.”

드라마에는 채시라와 함께 김혜자 장미희 도지원 등 최고의 여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는 “김혜자 선생님과 모녀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 기뻤다”며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고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극중 현숙은 자신을 학대하고 20여년간 어둠 속에서 살게 한 나현애(서이숙 분)를 용서하면서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의 통쾌한 복수는 없었지만 의미 있는 결말이었다”며 “특히 작가님이 열린 결말로 끝맺어주셔서 배우들끼리 시즌 2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드라마였어요. 현숙이를 통해 제 안에도 용서, 화해, 배려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새겨넣게 된 것 같아요.”

글=김미나, 사진=이병주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