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환경주일 연합예배서 ‘올해의 녹색교회’ 3곳 선정… “하나님 창조세계 보전도 복음입니다”

입력 2015-05-20 00:16
지난해 5월 서울 봉원교회 교육관 옥상에 마련된 논에서 성도들과 어린이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봉원교회 제공
경남 완대리교회가 2013년 황토와 짚 등으로 지은 한옥 형태의 친환경 교회 건물. 완대리교회 제공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된 교회 목회자들. 박용권 (봉원교회) 여승훈 (완대리교회) 박상훈 (산본중앙교회) 목사(왼쪽 두 번째부터). 허란 인턴기자
서울 서대문구 봉원교회(박용권 목사)의 교육관 옥상에는 조그만 논이 있다. 교회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성도들이 농사짓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봉원교회가 지난해 만든 것이다. 성도들은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직접 재배한 쌀로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옥상 한 쪽에는 서울시와 협력해 설치한 빗물저장시설도 있다. 모인 빗물은 농업용수로 활용한다. 올해부터는 예배당 주변에 텃밭을 만들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올가을 수확하는 포도로 성찬식용 포도주를 만들 계획이다.

봉원교회는 다양한 친환경 사역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성도들은 교회식당의 잔반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사용한다. 2012년부터는 여름철 전력사용 10% 줄이기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 운동의 하나로 교회 첨탑 십자가의 네온사인을 철거했다.

경남 거창 주상면 완대리교회(여승훈 목사)는 2013년 황토와 짚 등을 사용해 한옥 형태의 친환경 교회 건물을 건축했다. 105㎡ 규모의 건물은 예배당 게스트하우스 기도실을 구비하고 있으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신 장작을 이용한 구들(온돌) 난방을 하고 있다.

완대리교회가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플라스틱 등 유해물질 수거작업은 교회의 대표 사역 중 하나다. 방치된 유해물질을 소각해 생길 유독가스 발생을 막자는 취지다. 교회 성도들은 2006년부터 교회 주변에 2644㎡ 규모의 밭을 마련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생태 화장실을 운영하고, 분뇨를 퇴비로 활용한다.

경기도 군포 산본중앙교회(박상훈 목사)는 2011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운동에 따라 교회 행사에서 일회용 컵이나 나무젓가락 등의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환경주일과 탈핵주일을 지키며 성도들의 환경보호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산본중앙교회는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지렁이 키우기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교회 세 곳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1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복음교회에서 개최한 ‘제32회 환경주일 연합예배’에서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됐다. 녹색교회의 조건은 ‘예배에서 환경과 생태 관련 설교를 하는 교회’ ‘인간을 위한 기도뿐 아니라 피조물을 위한 기도도 놓치지 않는 교회’ ‘어린이와 청소년을 친환경적으로 키우는 교회’ 등이다.

박용권 봉원교회 목사는 “백 마디 말을 듣는 것보다 성도들이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절전과 절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사소한 행동부터 실천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환경주일 연합예배는 ‘생명을 택하십시오’를 주제로 드려졌다. NCCK 생명윤리위원장 문용식 사관은 설교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지배 가운데 고통당하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말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사관은 “인간의 삶을 좀 더 편하게 한다는 논리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세워지고 있는 핵발전소는 안전과 평화에 큰 위협이 된다”며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던 창조질서를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환경주일 선언문을 낭독하며 “우리는 하나님이 만드신 태양과 바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흙과 물을 망가뜨리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청지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한국교회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침묵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며 피조세계를 살리기 위해 인간의 편의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NCCK는 1984년부터 세계환경의 날(6월 5일) 즈음을 환경주일로 정하고 회원교단 및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함께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