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팀 순위 경쟁, 4번 타자 하기 나름∼

입력 2015-05-20 02:01

“1, 2번이 밥상을 차리면 3∼5번이 깔끔하게 쓸어 담는다.”

야구에서 1, 2번 타자를 테이블 세터라 부르고 3∼5번 타자를 클린업 트리오라 칭하는 이유다. 타격감 좋고 발이 빠른 1, 2번 타자가 출루하면 장타력을 갖춘 강타자들이 타점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그 중 4번 타자는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지면서 결정적 한방을 때릴 줄 아는 4번 타자의 위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잘 나가는 4번 타자는 2위 팀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다. 현재 타율 0.320에 홈런 공동 1위(14개), 타점 2위(39점)다. 5위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도 0.331, 타점(36점)과 홈런(12개)에서 모두 3위다. 4위 팀인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인 박병호 역시 홈런포 가동이 늦게 걸리기는 했지만 타율은 0.347이고 최다 안타 2위(51안타)다. 3위 SK 와이번스의 앤드류 브라운도 타율 0.302에 30타점, 11홈런을 기록 중이다.

반면 하위권 팀은 4번 타자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LG 트윈스 이병규(7번)는 지난 시즌 타율 0.306과 16홈런으로 4번 타자의 힘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타율 0.248에 머물러 있다. kt 위즈의 김상현도 타율이 0.246에 불과하다.

KIA 타이거즈도 올 시즌 4번 타자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처음 4번을 맡은 나지완은 타율 0.163, 1홈런 6타점에 머물렀고 팀 성적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나지완을 대신해 4번으로 나선 최희섭과 이범호도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 브렛 필 덕에 한숨을 돌렸다. 필은 지난 14일부터 4번으로 나섰다. 필은 득점이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일 두산전에서는 3-3으로 맞선 9회 끝내기 안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IA는 필의 활약에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다만 1위 두산 베어스는 이 같은 공식에 역행하고 있다. 홍성흔은 4번 자리에서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많은 98타석에 들어섰지만 타율 0.236에 1홈런 16타점을 올리며 김태형 감독을 실망시켰다. 결국 두산은 지난 18일 홍성흔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두산은 홍성흔 다음으로 4번에 자주 배치돼 맹활약을 펼친 김현수를 당분간 내세우기로 했다. 김현수는 4번 타자로 총 33차례 나와 26타수 10안타(0.385)를 기록했다.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