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일본을 방문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금이 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한동안 만나지 못하던 양국 정상이 ‘편지 외교’로 우의를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이니치신문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 양국 언론은 나리슈킨 의장이 20일부터 이틀간 예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고 19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1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일본·러시아 포럼 2015’ 등에 참석할 예정인 나리슈킨 의장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지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서에는 향후 러·일 관계 개선 방향과 연내 일본 방문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푸틴 대통령의 의사타진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응하지 않고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번 친서는 이에 대한 답신 격으로 해석된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서방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對)러시아 공조를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 무려 7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져왔기에 최근 회동이 곤란한 상황에서 서신으로나마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나리슈킨 의장은 방일 기간 동안 아베 총리와의 면담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나리슈킨 의장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과 오바마 정부의 우려를 고려한 일본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정건희 기자
오바마 눈치에… 아베·푸틴의 ‘친서 외교’
입력 2015-05-2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