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친한 이웃들, 제2 인생도 산촌서 함께… 서울 성미산 마을 주민 40여명 2017년까지 평창 방림리 이주

입력 2015-05-20 02:33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 주민들과 강원도 평창군 방림리 마을 주민들이 지난 17일 방림마을에서 '꽃숲마을' 조성을 위한 기공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성미산 마을 17가구, 40여명의 주민들은 2017년까지 이곳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방림면사무소 제공

2017년 봄. 지금은 황무지인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 산자락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 주민 40여명이 제2의 인생을 산촌에서 보내기 위해 방림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방림면사무소 바로 뒤편 방림리 194번지 야산에서는 성미산 마을 주민 40여명과 방림리 주민 10여명이 함께 만났다. 이들 주민은 ‘평창 꽃숲마을 기공식’을 열어 공사가 잘 진행되기를 기원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된 것을 함께 축하했다. 이 자리에는 김덕만 귀농귀촌종합센터장과 최찬웅 방림면장, 이운배 평창군 도시주택과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 기공식을 마친 뒤에는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예비 이웃사촌 간 상견례를 가졌다.

꽃숲마을에는 성미산 마을에 사는 주민 17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이미 1가구는 주택 1채를 지어 입주했고, 1채는 현재 짓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15가구는 이달 말부터 공사를 시작, 2017년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입주할 예정이다.

성미산 마을은 교육과 육아, 문화 등 공동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생활하는 지역 공동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은퇴 후에도 전원생활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8년 전부터 적합한 장소를 물색해 오다 방림리를 새로운 터전으로 결정했다.

박흥섭(54) 꽃숲마을 조성 추진위원장은 “나이 들어 같이 귀촌해서 살자던 오래전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꽃숲마을은 강원도가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도시 은퇴자들에게 전원생활 터를 안내하고, 주거시설 조성을 지원하는 ‘시니어 낙원’ 사업 중 하나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태백과 홍천 등 도내 9개 시·군에 18개 마을이 조성됐으며 104가구 122명이 입주를 마쳤다. 도내 곳곳에서 시니어 낙원 마을이 조성돼 귀농·귀촌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시의 한 마을 주민이 단체로 이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찬웅 방림면장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지역 인구가 많이 늘어나게 돼 마을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덕만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공동체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단체로 이주하기 때문에 적응이 쉬울 것”이라며 “귀촌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