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뤄갈 때 통일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공통적인 관심 사안부터 찾아서 마음을 공유합시다.”(한국기독교총연합회 남북교회협력위원장 엄기호 목사)
“미완의 광복을 극복하고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려면 우리 사회 내부에서부터 화해와 일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 힘이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이기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주최로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제2차 평화통일 대토론회’ 현장. 300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종교계 인사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개신교에서는 양대 교회연합기관이면서 보수·진보 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통일사역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엄기호 목사는 “특별히 한국교회는 화해와 용서, 연합과 형제사랑 같은 복음의 핵심가치들을 성실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은 교육은 다음세대를 위한 통일교육과 맥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정책수립을 위한 종교계의 단일 기구 구성과 현재 진행 중인 기독교계의 ‘교회 예산 1% 통일기금’ 조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인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5·24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5·24조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그해 5월 24일 이뤄진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조치다.
노 교수는 “남북한의 운명은 한배에 타고 있는 것과 같다”면서 “북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은 주고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받으면서 상부상조하는 것이 민족의 얼이고 성령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7∼8년 동안 남북분단이 더 고착화됐고,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종교계가 나서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교수는 1994년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할 때 국내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계의 핵심 인사로 꼽히던 고 오재식 박사 등과 함께 미 국무부를 방문해 폭격계획 철회를 설득한 적이 있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은 “정부는 통일정책을 세울 때 신앙의 진리적 바탕 위에 화해와 협력, 영성의 삶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일의 과정은 북한 주민들에게 빼앗긴 종교의 자유를 돌려주는 거룩한 일”이라며 “남북한의 협력과 북한의 변화, 한반도 통일 준비에 종교계가 더욱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평화통일 대토론회는 올 하반기 2차례 더 이어진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화해·용서·형제사랑이 통일 주춧돌”… 통일준비 이렇게, 종교계 지도자들 제언
입력 2015-05-20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