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국배치 논란] 한국을 중국서 떼어내 ‘삼각동맹’에 묶어두기

입력 2015-05-20 02:33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1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37회 극동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두고 미국 당국자들의 ‘돌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던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는 1∼2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였다면 최근에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등 주변국의 입김을 차단하고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을 굳건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극동포럼 주최 강연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한·미 양국이 각각 개별적으로 검토 중이며 어느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며 “결국 양국은 이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또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우리 (미국) 군인을 생각했을 때 결코 도박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미국은 분명히 (북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건 전날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미국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 사드 배치를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그는 이날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은)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했던 사드 논란은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사드 압박 발언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구매 계획이 없으며 구매 절차도 진행된 바 없다”, 외교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까지는 미국 또한 이러한 우리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사드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듯했다.

미국이 입장을 완전히 바꾼 건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한 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다. 미국은 이러한 위협을 구실로 ‘전략적 모호성’의 베일 뒤에 숨어 미·중 간 등거리 전략을 취하던 우리 정부를 앞으로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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