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극장에 가면 영화 상영 전에 ‘대한 늬우스(뉴스)’와 함께 공익광고를 꼭 봐야 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월 ○일은 쥐약 뿌리는 날’, ‘보리밥 혼식해서…’. 그리고 이런 저런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라는 반공방첩 관련 내용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인 1976년에는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때 그 정당성을 장황하게 설명한 공익광고를 극장에서 보면서 뭐가 뭔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자주 즐기는 문화상품이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공익광고의 파급효과는 막강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영화관과 TV에서 이런 저런 공익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노동시장 개혁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 4대 사회보험 가입을 권고하는 내용, 교통사고나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캠페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명박정부는 2009년 6월 ‘4대강살리기사업’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를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자초했다.
영화 관객은 그러지 않아도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까지 상업광고에 노출돼야 한다. 상업광고도 짜증나는데 내 돈 주고 들어온 영화관에서 정부의 일방적 정책 홍보물까지 봐야 한다는 것은 곤혹스럽다. 국민들은 여전히 ‘계도’ 대상이라는 생각과 시민의 취미생활 중에도 정부의 큰 손을 느껴야 한다는 현실이 불쾌할 수 있다.
환경부가 롯데시네마와 손 잡고 18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전국 70여개 상영관, 600여개 스크린에서 환경 정책 홍보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30초짜리 홍보물은 ‘환경 사랑은 아이 사랑입니다’라는 타이틀로 유해 화학물질 안전관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자원순환사회, 야생 동식물 보호 노력 등이 모여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짧고 명료한데다 여타 공익광고와 달리 민관 홍보 협력에 의해 무료라고 하니 공익광고로서는 진일보한 셈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영화관 공익광고
입력 2015-05-2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