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용규] 법률홈닥터, 이웃에게 힘 되는 법률복지 일구다

입력 2015-05-20 00:10

“손주들의 어미가 죽고 그 빚을 손주들과 아들이 떠안게 돼 어찌할지 몰라 고민만 하고 있었죠.”

이 어르신은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 근무하는 법률홈닥터 임규선 변호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손주들 이름으로 통장 하나를 만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연히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가 매월 자치구를 순회하면서 생필품을 제공하는 이동식 푸드마켓 ‘희망마차’에서 법률홈닥터를 만난 어르신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고, 법률홈닥터는 아들 및 손주들에 대한 개인파산 및 면책 절차를 거쳐 8개월 만에 상속채무 문제를 해결했다.

법률홈닥터는 법무부가 채용한 변호사를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협의회에 배치해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취약계층 등 어려운 우리 이웃에게 무료로 법률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에 법률홈닥터가 처음 배치되었을 때는 변호사가 우리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법률홈닥터와 함께한 4년은 소외계층을 위해 법률서비스 제공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회복지는 어느 정도 틀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안타까운 일들이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변호사 2만명 시대라지만 생업에 지친 우리 이웃에게 변호사 상담은 머나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복지는 물적 지원뿐 아니라 우리 이웃이 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지원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는 물적 지원을 제공하는 푸드마켓에서 법률홈닥터의 무료법률상담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상담을 통해 고민거리를 해결한 소외된 이웃들의 만족감은 매우 컸다.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는 앞으로도 법률과 복지가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률홈닥터와 다양한 복지서비스의 연계를 추진함으로써 우리 이웃에게 힘이 되는 법률복지를 일구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사각지대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황용규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