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발언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을 기점으로 양국 간 사드 논의가 기정사실화되고, 배치방식과 부지, 비용 선정 등 난제를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미군에 의해 미군기지에 설치된다’는 스탠스다.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편입되는 게 아닌 만큼 미군기지가 아닌 다른 곳에 사드가 배치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때문에 미군기지에 배치될 경우 사드에 관련된 일체의 비용 역시 미측에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8일 “만약 사드가 (미군기지에 배치된다 해도) 우리가 관련 비용을 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측은 사드 배치를 북핵에 대비하는 ‘긴급소요’ 항목으로 상정해 현재의 방위비 분담금에 이 비용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비용은 엄청나다. 사드 포대당 비용은 2조원이고, 수백명에 이르는 운용인력에 장비 수송과 유지·관리까지 고려하면 총 비용이 4조∼6조원에 달한다. 이를 한·미가 분담한다고 해도 우리 정부의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정부가 비용 분담에 난색을 표할 경우 미국은 부지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용산 미군기지를 옮기면서 경기도 평택 기지 부지를 한국 정부로부터 받았던 선례도 있다. 이른바 ‘미국=비용 부담, 한국=부지 제공’의 빅딜인 셈이다.
거기다 미국은 사드를 주한미군 기지에만 배치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한국군의 도입 의사까지 타진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인사의 극비 방한(16일),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수뇌부 방한(12일) 사실이 확인된 데서도 드러난다. 이들 인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구체적인 부지 선정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진전을 이룬 상황에서 대량파괴무기(WMD) 방어망 확충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사드를 주한미군 기지 내에만 배치할지, 한국군의 추가 도입이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한다. AN/TPY-2 레이더를 육상에 배치할지, 아니면 군함에 장착할지도 정해야 한다. 부지 선정도 쉽지 않다. AN/TPY-2 레이더의 강력한 전자파로 부지 확보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韓美 외교장관회담] 정부, ‘미군에 의해 미군기지에 설치’ 입장… 美 비용 부담, 韓 부지 제공 가능성
입력 2015-05-19 03:00 수정 2015-05-1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