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사퇴] 당청 ‘연금 갈등’ 유탄에 상처

입력 2015-05-19 18:27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조 수석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의외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지난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조 수석이 궁지에 몰렸다는 얘기는 끊이질 않았다. 조 수석은 합의안 국회 처리가 무산된 지난 6일 사퇴 결심을 굳히고 그 다음 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청 갈등 등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 실장이 자신의 선에서 조 수석의 사의를 보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5일 고위 당정청 회동으로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정리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 제출 열하루 만인 18일 조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수석의 사퇴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돌발 변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과 관련해 “조 수석의 책임은 없다”고 감싸고 나왔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균열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의 공격이 영향 미쳤나=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타결을 위해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청와대는 “분명한 월권”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청와대가 ‘명목 소득대체율 50%로 상향’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뒤늦게 반대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른바 ‘사전 인지설’을 놓고 당청 간 진실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조 수석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당청 간 소통 루트로 활동했다. 당청의 말이 다르니 연락책이 상처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조 수석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져 나왔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 공무원연금 협상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가 잘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조 수석에게는 비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쓴다’는 박 대통령이 조 수석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과 관련해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청 갈등 재점화되나=새누리당은 안타까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공항에서 “(개혁 무산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정무수석이 그걸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조 수석의 사퇴를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수석의 사퇴로 여권 내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당청 간 ‘네 탓’ 공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의원은 “조 수석의 사퇴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야당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을 파기한 데 따른 책임 회피용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조 수석은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다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