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재발견…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숨은 재능·실력 맘껏 뽐내

입력 2015-05-20 02:42
최근 예능 프로와 드라마에서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왼쪽부터 걸그룹 이엑스아이디의 솔지, 엠블랙 출신 이준, 비원에이포의 바로, 에프엑스의 루나.

아이돌 그룹에는 오해와 편견이 존재했다. 10대 소녀 팬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 실력보단 외모와 몸매 등 비주얼이 앞섰다는 이미지가 만만찮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실력을 갖춘 아이돌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평가다.

◇숨겨진 보석들…아이돌 그룹의 재발견=대세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솔지(본명 허솔지·26) 그리고 에프엑스(F(X))의 루나(본명 박선영·22)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회 화제를 몰고 있는 MBC 예능 ‘복면가왕’에 출연해 숨겨진 실력을 뽐내며 대중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기성 가수, 배우 등 연예인 8명이 나이와 직업, 얼굴을 숨기고 나와 오로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그간 배우 홍석천(44), 박준면(39), 가수 박학기(52) 등 그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뜻밖의 인물들의 노래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중 압권은 ‘황금 락카 두 통 썼네’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루나였다. 총 6주간 선배 가수 권진원, 나비는 물론, 아이돌 그룹 산들 등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디바로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파일럿(시범 방송)으로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인물은 솔지였다. 갓 인기를 끌게 된 걸그룹의 한 멤버로 알려져 있던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년 간 무명 가수로 생활했던 전적이 알려져 다시 한번 조명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된 아이돌로는 이들 외에도 비원에이포의 산들, 에프티아일랜드의 이홍기, 투에이엠의 창민, 지나, 걸스데이의 소진 등이 있다. 오직 가창력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지난 10일 방영분에서 등장해 잔잔한 목소리를 뽐낸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멤버 육성재(20)는 “우리 그룹에선 내가 제일 실력이 모자란다”는 겸손한 멘트로 그룹에 대한 기대감을 중폭시켰다.

◇브라운관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돌…“시작부터 엔터테이너로”=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이돌도 잇따라 등장해 대중을 즐겁게 한다.

지난 2월 23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하고 있는 이준(28)은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멤버로 데뷔한 뒤 KBS ‘아이리스2’에서 배신자 윤시혁을 연기하고, tvN ‘갑동이’에선 사이코패스 류태오 등으로 분하면서 색깔있는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이번 작품에선 뼛속까지 귀족 DNA를 가지고 살아온 한인상 역을 맡아 철부지 본색을 드러내는 한편 아내 서봄(고아성 분)과 결혼한 후엔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이혼을 택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자유자재로 소화하고 있다. 그룹 활동 당시엔 화려한 댄스 실력으로 눈길을 잡았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비원에이포(B1A4)의 바로(본명 차선우·23) 또한 귀여운 이미지의 래퍼로 활약해왔지만 tvN ‘응답하라 1994’의 빙그레 역할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뒤 SBS ‘신의 선물-14일’에선 6세 아동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기영규 역할을 소화하는 등 색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MBC ‘앵그리맘’에선 명성고 교내 권력 일인자로 통하는 안하무인 악역 홍상태 역을 소화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19일 “아이돌 그룹 멤버의 경우 데뷔전부터 만능 엔터테이너로 키워진 뒤 가수로 대중성을 획득하고 이후엔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재능과 끼를 발휘하는 모양새”라며 “이들을 향한 대중의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