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5·18행사위원회가 18일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으로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을 따로 치렀다.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5·18 기념식장이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등으로 쪼개진 것은 처음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5·18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통일로’를 주제로 한 정부 기념식을 주관했다. 하지만 5·18행사위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에 반발해 불참하고 별도 기념식을 개최해 행사의 의미가 퇴색했다.
이날 오전 10시 열린 정부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치인과 시민, 학생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식전 공연 없이 국민의례,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폐식 순서로 20여분간 진행됐다.
기념식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고 총리의 공석이 겹치면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직접 기념사를 했다.
그동안 기념식은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총리가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하는 게 관례로 지켜져 왔다. 대통령 혹은 총리가 아닌 정부 대표가 5·18 기념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이명박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한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매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박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13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최 총리 대행은 기념사에서 “민주·정의·인권의 5월 정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돼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념식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는 사이 정부 측 대표인 최경환 총리 대행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의미로 태극기를 흔들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5·18 유족과 회원들이 불참한 기념식장의 빈자리는 광주의 중·고교 학생 900여명으로 채워졌다. 5·18 역사와 현황을 소개하는 경과보고도 최정길 5·18민주묘지관리소장이 5·18 3개 단체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대신해 경과보고를 했다. 경과보고는 2008년까지 5·18 3개 단체 대표가 번갈아 맡다가 2009년부터는 광주지방보훈청장이 대신해 왔다.
같은 시각 1980년 당시 시민군이 본부로 사용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는 5·18 유족과 시민사회 단체 주최의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정치인, 광주시와 전남도 의회 의장, 세월호 유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촉구했다.
정춘식 5·18 유족회장은 “5·18 유족들이 따로 기념식을 치른 것은 정부가 5·18을 홀대하기 때문”이라며 “5·18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고 경과보고 등의 격을 낮춘 것에 불쾌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되풀이… 두 쪽으로 갈라진 5·18 기념식
입력 2015-05-19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