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다 하향곡선을 그리며 올해 1월 40달러대로 내려앉는 등 유가가 폭락하자 중동 산유국 경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일머니로 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대부분 4년 이상 저유가 타격을 버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신흥경제팀 박종현 과장과 강태헌 조사역은 ‘저유가 기조하의 중동 산유국 경제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18일 이같이 밝혔다. 중동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6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말한다.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의 경제 성장률 하락과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대로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40% 하락할 경우 손실규모가 사우디 1255억 달러(명목 GDP 대비 16.7%), UAE 516억 달러(명목 GDP 대비 12.8%) 등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성장률도 사우디의 경우 지난해 3.6%에서 올해 3.0%, 내년엔 2.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재정여력과 산업다각화 정도를 고려할 때 4년 이상 저유가 상황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지난 1월 중동 산유국 대응여력을 분석한 결과 이란, 이라크를 제외한 국가들은 4년 이상 견딜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중동 산유국은 오일머니로 축적한 자본으로 상당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건설, 석유화학, 관광, 금융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산업다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 무디스 등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주요 중동 산유국의 신용등급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동 산유국 경제가 위축돼도 한국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및 해외건설이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선진국 등 저유가 수혜국에 대한 수출 증가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 국가 전체로 봤을 때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월드 이슈] 중동 산유국들, 저유가 타격 대부분 4년 이상 버틴다
입력 2015-05-19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