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2’ 제친 ‘악의 연대기’ 흥행 포인트는… 시나리오·연출력·연기력 3박자 ‘탄탄’

입력 2015-05-20 02:51
범죄 스릴러 ‘악의 연대기’에서 강력계 반장 역을 맡아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손현주. 실감나는 그의 연기력에 힘입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를 연출한 백운학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악이 악을 낳는다. 영화 ‘악의 연대기’는 악의 연결고리가 어떤 경로를 거쳐 형성되는지 스릴 넘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 14일 개봉 당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왜 이 영화에 관객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3가지 흥행 포인트를 짚어본다.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시나리오=대통령 표창장을 받고 승진 심사를 눈앞에 둔 강력계 반장 최창식. 몸조심을 해야 하는 그는 회식 후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한을 엉겁결에 죽이고 만다. 그는 흔적을 지우고 현장을 떠나지만 이튿날 시신이 경찰서 바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나타난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이 사건의 수사가 그에게 떨어진다.

영화는 궁지에 몰린 형사의 심리를 좇아가는 스릴러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관객으로서도 마땅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 최창식은 한때 순수한 열정을 가졌지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인 세월의 때가 묻어 있다. 그 앞에 나타나는 뜻밖의 사건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에 간과했던 사건이 부메랑이 되어 다가왔다. 그는 과연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인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꼼꼼한 연출력=‘악의 연대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된 ‘끝까지 간다’와 비슷하다. 하지만 백운학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끝까지 보면 다른 스릴러”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다 썼을 때 ‘끝까지 간다’가 촬영 중이었고 여러 사람이 대본을 읽어본 결과 다른 영화라는 결론을 내려 촬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쉬리’(1999)를 각색하고 조연출을 맡은 백 감독은 ‘튜브’(2003) 이후 12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오랜 세월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골치 아픈 상황에 인물을 집어넣고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두려움 좌절 고통 욕심 등 8가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관객과 함께 지켜보는 식으로 연출했다. 정직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악의 굴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비밀을 철저히 숨기는 뛰어난 연기력=흥행의 일등공신은 주인공 손현주다. 그는 때로는 자상한 가장이자 직장 선배로, 때로는 범죄를 덮기 위해 급급한 위선자로 다중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야기가 꽤 빠르게 전개되지만 그는 숨을 헐떡이지 않는다. TV드라마 ‘추적자’로 전국에 명품 스릴러 열풍을 일으켰고 영화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동원한 25년차 베테랑 배우의 저력이 살아있다.

최창식의 오른팔 오 형사 역을 맡은 마동석의 연기도 돋보인다. 그는 “깡패 역도, 형사 역도 다 잘 어울린다”는 얘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했다. 강력계 막내 차 형사를 연기하는 박서준은 “내 또래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도 계속 막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촬영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숨은 연기자는 최다니엘이다.

한국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31일 ‘스물’ 이후 44일 만이었다. 외화들의 공세로 한국 영화들이 좀체 기를 펴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살인범의 여자와 형사의 얘기를 다룬 전도연 주연의 ‘무뢰한’(27일 개봉), 1987년 유괴사건을 다룬 김윤석 주연의 ‘극비수사’(6월 18일 개봉)등 형사 소재 영화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15세 관람가. 102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