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천연잔디가 사라지고 있다. 베벌리힐스의 호화저택도, 정치인들의 정원도 예외가 아니다. 4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서다. 마실 물도 부족한 마당에 잔디에 물을 뿌리는 건 금기사항이 됐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1일(현지시간) 물 사용량을 25% 줄이도록 명령을 내린 이후 주정부는 적극적인 물 소비 억제에 나섰다. 잔디밭에 물을 주는 건 1주일에 2회로 제한했고 수영장의 물을 버리는 행위가 적발되면 1000달러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러나 물 소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자 주정부는 아예 잔디 퇴출에 나섰다. 잔디가 빨아들이는 물은 일반 가정의 물 소비 중 57%를 차지한다. 잔디 1제곱피트를 없애면 연간 물 42갤런(159ℓ)을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브라운 주지사는 올해 안에 캘리포니아 전역의 잔디 5000만 제곱피트(4.7㎢) 규모의 잔디를 없앨 것을 지시했다. 로스앤젤레스(LA) 시도 올해 안에 2500만 제곱피트(2.3㎢) 규모의 잔디를 없앨 예정이다. 대신 인조잔디를 심거나 선인장류의 식물로 교체토록 했다. 집집마다 정원과 뒷마당에 잔디를 많이 심은 베벌리힐스나 팜스프링스 주택가는 비상이 걸렸다. 물 소비가 많은 이들 도시는 물 소비량을 36%까지 줄여야 한다.
영화배우 로버트 분더리치는 주정부의 조치에 따라 자신의 베벌리힐스 저택의 잔디를 모두 없앴다. 대신 그 자리에 선인장류의 식물을 심고 일부 공간은 맨 흙을 드러내거나 콘크리트로 덮었다. LA 인근 아케디아에 사는 톰 벡 시의원도 뒷마당에 심은 잔디를 걷어냈다. 그는 “착잡한 심경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우물 1900개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 일대 전체 우물의 1%에 해당한다. 특히 1000여개의 마른 우물이 오렌지 포도 등을 생산하는 농업지대 툴레어카운티에 집중돼 있다. 마실 물과 농업용수를 얻기 위해 농민들은 땅속 깊숙이 굴착을 하지만 물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7일 전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4년 가뭄’ 캘리포니아, 잔디 퇴출… 여의도 면적 절반 없애기로
입력 2015-05-19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