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국내외 기업들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놓고 실제로는 투자가 진행되지 않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가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MOU를 체결했다가 초지 지원금만 낭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MOU가 자체와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도와 투자 MOU를 교환한 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414개)의 36%(149개)에 불과하다. 입주를 준비하거나 설계 작업 중인 기업은 168개다. 대부분 투자협약을 한 지 2년이 넘었다. MOU의 유효 기간이 평균 2년 정도임을 고려하면 MOU가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업 A사는 2010년 청주시 오창산업단지 외국인투자지역에 오는 12월까지 8800억원을 들여 태양전지 제조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A사에 변전소 설치비용으로 10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A사는 2200억원을 투자한 후 수년째 추가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투자업체 B사도 2013년 강원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춘천에 2016년까지 우주과학체험센터인 스페이스캠프코리아 건립을 약속했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새만금 개발지구의 투자협약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새만금에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 80곳 중 공장을 짓거나 입주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5곳이 전부다. 나머지 75개 업체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이곳에 2021년부터 7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최종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미국 태양광업체 스타이온(STION)은 2012년 대구에 한국법인을 설립을 약속했지만 투자는 물거품이 됐다. 벨기에 솔베이는 2010년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소인 아시아 R&D센터를 울산 온산공단에 설립하기로 MOU를 체결했으나 무산됐다.
2011년 캐나다 메이플립 교육재단이 투자를 약속한 전남 첫 외국인학교 설립은 그동안 설립승인 절차, 재단 측의 설립자금 국내 유입을 미뤄오면서 수차례나 개교를 늦추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중앙대도 2010년 2월 인천 검단신도시 인근에 인천캠퍼스 건립을 약속했지만 사업을 포기했다.
협약만 체결해 놓고 아직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언제든 기업 사정에 따라 사업을 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땅값 상승 등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MOU 체결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위해 검증 시스템 구축과 함께 지자체의 무분별한 투자유치를 막기 위한 사후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대학교 조철주(62) 도시계획학과 교수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어 투자자들이 내놓는 자금마련 등 사업 계획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발표했다가 무산될 경우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MOU 체결에 신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adhong@kmib.co.kr
투자 양해각서 공수표 남발… 홍보 수단 전락
입력 2015-05-19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