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포화된 시장에서 벗어나 영업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숙원 사업이던 부수업무 네거티브제(원칙 허용, 예외적 금지) 전환도 이뤄져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대부분 사람들 지갑 속에 카드 한두 장씩 들어 있어 친숙하기 때문에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첫발을 내딛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승인금액은 14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을 넘어서지 못했고, 전년 동기 증가율(6.2%)보다는 오히려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과 지속적인 높은 대출금리 지적 등도 카드업계의 고민이다. 카드업계가 본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근 카드업계에는 할부금융 라이선스 취득 바람이 일고 있다. 현재 자격을 갖고 있는 카드사는 신한·삼성·롯데카드 세 곳이다.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열사로 캐피털사를 두고 있긴 하지만 카드사 자체적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였던 우리파이낸셜이 매각된 우리카드는 캐피털 담당 경력자를 채용하고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도 라이선스를 준비 중이다.
현대자동차와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 가맹점 계약에서 패했던 신한카드는 자체복합할부 상품 ‘오토플러스’로 대응하고 있다. 자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엔 중고차 유통업체와 손잡고 중고차 구매 시 카드결제가 가능한 중고차 자사복합할부 상품 ‘C-Plus’도 출시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일반 대출 할부금융과 의료기기, 냉난방기, 보일러, 정수기, PC와 같이 전자와 내구재 렌털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네거티브제 시행으로 카드사 부수업무가 사실상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카드사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기존엔 통신판매, 여행업 및 보험대리점, 대출중개, 투자중개업 등 나열된 분야의 사업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중소기업적합업종, 경영건전성·금융안정성을 저해하는 업무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진출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아파트 관리회사와 손잡고 LED 교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LED 설치를 카드로 결제하고, 현금투자 없이 전기절감분으로 LED 설치 대금을 카드사에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일부 카드사는 본인인증사업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의 문은 열렸지만 카드사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는지 잘 따져봐야 하고, 먼저 전략을 노출할 경우 다른 회사가 금방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는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 포함될지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와 다른 회사의 움직임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업무영역 ‘빗장’ 풀린 카드업계, 새 먹거리 찾아 잰걸음
입력 2015-05-19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