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봉기의 중요성은 1871년 파리코뮌에 비견된다.”
미국 보스턴의 웬트워스 공대 교수로서 세계 민중운동에 대한 연구자로 유명한 조지 카치아피카스(66)의 말이다. 그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10년 연구의 결실로 2012년 출간한 책 ‘한국의 민중봉기’와 ‘아시아의 민중봉기’(이상 오월의봄)가 최근 국내에서 번역됐다.
‘한국의 민중봉기’는 1894년 동학농민부터 2008년 촛불시위까지, 한국 민중운동 100년사를 조명한다. 핵심은 광주 민중봉기로 전체 650쪽 분량 중 3분의 1가량을 할애했다. ‘아시아의 민중봉기’는 1947년부터 2009년까지 필리핀, 미얀마, 티베트, 중국, 대만,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9개국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을 다룬다. 필자는 “나는 이 책을 통해 20세기 말 아시아의 엄청난 정치 변화의 중심에 광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광주는 20세기의 파리코뮌이며, 민중의 저항과 자치 역량에서 세계사적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신좌파의 상상력’ 등 몇몇 저서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됐다. 그의 광주 연구는 2000년 시작됐다. 그는 2001년 전남대 방문교수 자격으로, 2007년 풀브라이트재단 장학금으로, 2009년 대학 안식년으로 세 차례나 광주에 체류했고, 광주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신은정씨와 결혼했다가 사별했다.
10년에 걸친 그의 광주 연구는 봉기라는 프리즘을 통해 20세기 한국사를 서술하는 작업이 되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만큼 사회운동이 많은 성취를 이룬 곳은 거의 없었다”며 민중운동의 결과가 종종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와 번영을 쟁취했음을 강조한다. 그는 또 세계 민중운동사라는 국제적 관점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들여다보면서 광주를 아시아의 민주화운동들과 2011년 ‘아랍의 봄’, 심지어 ‘한류’에까지 연결시킨다. 그는 “광주봉기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반란과 봉기의 연쇄반응을 촉발했다”며 “아시아 (민주화운동) 물결의 진정한 출발점은 1980년 광주민중봉기”라고 평가한다.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책들은 광주 담론에 새로운 활기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21일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2010년에는 5·18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오월어머니상’을 받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광주봉기의 중요성은 1871년 파리코뮌에 비견”… 카치아피카스 교수 ‘광주 10년 연구’ 책으로 펴내
입력 2015-05-19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