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방미를 외교노선 재정비 계기로

입력 2015-05-19 00:30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것은 박 대통령의 6월 미국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을 띤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미·일 신 밀월외교로 다소 위축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아시아 정책을 전개하면서 동맹국 가운데 일본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실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 때 새삼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보다 짜임새 있는 대미 외교를 통해 한·미 간 우호를 확고히 다짐으로써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 결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케리 장관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결단력 있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고위 간부 공개 처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북의 도발에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그간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케리 장관이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과 관련해 “한국이 승인하지 않는 행동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여기에 만족할 순 없다.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북핵 문제 돌파구 마련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우리로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동북아 외교에서 항상 종속자적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케리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했지만 새로운 게 전혀 없다. 오히려 대북 압력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이 반발할 빌미를 준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박 대통령의 방미를 준비하면서 의전과 같은 겉치레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데 치중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외교 목표를 분명히 설정함으로써 외교 노선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