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기숙사 테러 설계자는 화이트 위도”… 영국 출신 백인 무슬림, 알샤바브 2인자 등극

입력 2015-05-19 02:07

영국과 소말리아 정보 당국이 최근 알샤바브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입수한 뒤 초비상이 걸렸다. 알샤바브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악명 높은 알카에다 계열의 극단적 이슬람 무장단체다.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입수한 정보는 “화이트 위도(White Widow·백인 미망인·사진)가 얼마 전 알샤바브의 사실상 2인자 자리에 올라 테러 지휘 총책을 맡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화이트 위도가 지난달 2일 148명의 희생자를 낸 케냐 대학 기숙사 테러 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정보도 포함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와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이로써 화이트 위도가 일으킨 테러로 숨진 사람이 400명을 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그녀를 ‘악마(evil)’로 표현하면서 그런 그녀가 알샤바브의 2인자 자리에 올라 더 과감한 테러가 자행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화이트 위도는 영국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 사만다 루스웨이트(32)를 일컫는다. 그녀는 인터폴에 의해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인물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대를 졸업한 백인 엘리트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부터 테러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그녀의 남편 저매인 린지가 2005년 7월 영국 런던 테러(52명 희생)를 자행하고 숨진 뒤부터 ‘화이트 위도’로 불려왔다. 루스웨이트는 2013년 9월 67명이 숨진 케냐 수도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를 비롯해 최근 10년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크고 작은 테러를 수십 차례 자행해 왔다.

데일리미러는 소말리아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루스웨이트가 최근 급부상한 이유는 올 초부터 미국의 알샤바브에 대한 대대적인 드론 공격으로 핵심 지도자들이 잇따라 숨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루스웨이트는 당초 자살폭탄 테러 교육 등의 ‘교관’ 업무를 맡았으나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되면서 지금은 알샤바브 최고 지도자인 아마드 우마르의 ‘오른팔’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국 해외정보국(M16)을 비롯해 서방 정보기관들이 그녀를 추적하기 위해 전방위 작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낙타 상인으로 위장하거나 전신이 가려지는 부르카를 착용하는 등 위장술이 뛰어나 매번 포위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데일리미러는 “루스웨이트가 한 곳에서 이틀 이상 안 자고 아덴만을 건너 예멘과 소말리아를 오가거나 케냐를 드나드는 등 움직임도 많아 포착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 3월 미국의 드론 공격 때도 다른 지도자들은 숨졌는데 루스웨이트만 미리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