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중 가장 큰 과오는 산아제한 정책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정책으로 출산율 저하를 가져왔고, 결국 한국의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됐다는 논리다. 당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 아래 두 자녀 낳기 운동은 실제로 결실을 봤다. 북한보다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그 시절 베이비붐 세대로 지칭되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조절하지 않고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접어든 현재의 한국은 저출산과 초고속 고령화 사회의 암운이 중첩되면서 애꿎은 1960∼1970년대 산아제한 정책마저 들추게 되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한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 230여개국 가운데 맨 하위 수준이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신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을 보면 한국은 지난해 1.21명에 불과하다. 2005년 1.0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2012년 1.30명으로 서서히 회복하다 2013년 초저출산의 기준선인 1.30명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초저출산율은 최근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거로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스포츠 측면에서도 선수자원 감소라는 대재앙의 예고편이 되고 있다. 실제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초등학생 선수는 2만9172명으로 2010년(3만1088명)에 비해 6.2% 줄었다. 중학생 선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고교생 선수는 2010년 2만7956명에 비해 3.7% 감소한 2만692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선수 감소 현상이 지속되면 향후 한국 엘리트 선수육성의 근간을 해쳐 국제 경쟁력 저하가 불 보듯 뻔해진다. 전문 엘리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집중 훈련을 쌓아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인 2013년 8월 ‘뿌리가 튼튼한 스포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국가 가치 제고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스포츠비전 2018’을 발표했다. 하지만 앞의 통계에서 보듯 기초가 되는 초등학생 선수는 오히려 줄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스포츠 선수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 감소 폭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의 경우 2010년 초등학생 등록 선수는 287개 팀 6700명이었지만 4년 뒤에는 383개 팀 8236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정구와 테니스 선수는 감소했다.
이처럼 선수 수급은 정부 당국자의 의지대로 잘 움직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초등학생 때 엘리트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자식의 인생이 걸린 문제여서 학부모들이 신중하게 결정하기 마련이다. 최근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전망이 어두워지자 2010년 319명이던 초등학교 남자골프선수가 2014년 202명으로 줄어든 것이 그 예다. 줄어드는 초등학생 선수 수급은 학습에 찌든 어린이들을 공부에서 해방시킬 때 가능한 일이다. 초등학생들을 다양한 체육활동으로 마음껏 뛰놀게 한 뒤 소질 있는 선수를 발굴해 학습을 병행하면서 선수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와 담 쌓는 운동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최근 유엔 아동인권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경쟁적인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놀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아동의 놀 권리 헌장’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학교 교육과정 속에 놀이와 체육 시간을 확대하고 놀이터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을 유엔의 권고가 나온 뒤 부산떠는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돋을새김-서완석] 저출산 시대, 선수 확보 어쩌나
입력 2015-05-19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