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한류를 영적인 한류로 이어가는 ‘문화 선교사’들이 있다. 김성민 선교사는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매년 만들어가고 있다. 최종환 히스팝 단장은 태국과 베트남 등 불교 문화권에서 춤으로 복음을 전한다. CCM밴드 ‘페이먼트’ 소속 박일권·최유정 선교사 부부는 20일 자연과 조상을 숭배하는 ‘신도(神道)의 나라’ 일본으로 떠난다.
선교 보고 차 귀국했던 김 선교사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본사에서 만났다. 머리를 짧게 다듬은 그는 “제 머리 모양이 어색하지 않냐”며 몇 차례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제가 말레이시아에 있을 땐 머리를 묶고 다녔거든요. 그래야 젊은 친구들과 잘 통해요(웃음).” 부친 김종남 순복음신일교회 원로목사와 아내 최수진 사모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전 잘랐다고 했다.
서울찬양신학교와 한세대 목회대학원을 졸업한 김 선교사는 2007년 8월 한국콘티넨탈싱어즈 소속으로 미국 투어를 갔다. “재미 한인들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안녕’을 소리 나는 대로 ‘Anyeng’이라고 쓰고, 한국어로 번안된 영어 찬송을 불러요. ‘늘 조국과 닿아있구나’ 느끼며 디아스포라(Diaspora, 고국을 떠난 이들) 사역에 대한 맘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듬 해 초 그는 가족들과 말레이시아로 갔다. “처음엔 영어와 음악을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사르밧 과부의 집에 얹혀살던 엘리야(왕상 17:8∼24)를 묵상하며 하나님이 저를 이방에 보낸 사명을 깨달았어요. 20여명으로 구성된 코리안디아스포라(koreandiaspora.co.kr)를 조직했어요. 이국에서 찬양하고 춤 추는 자비량 찬양선교단을 만든 거죠.”
2008년 CCM사역자 김명식 부부가 말레이시아로 와 코리안디아스포라 1기 정착을 도왔다. 지난해까지 6기를 배출했다. 사역 여건은 자못 삼엄하다. “두 해 전 인근 교회 미국인 목사님이 숨지는 일이 있었어요.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로 추정됐어요. 근래엔 국내 한 CCM밴드가 와서 공연을 했는데 이슬람 단체에서 ‘음악으로 선교하는 외국인을 경계하라’는 성명을 냈어요.”
그는 2012년 초 ‘행함있는믿음의교회’를 쿠알라룸푸르에 개척했다. “선교사는 하나님 명령에 따라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고 오라면 오는 사람입니다. 처음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제일 큰 쇼핑몰 ‘파빌리온’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공연하는 걸 꿈꿨어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류 덕에 한국 드라마, 노래, 춤을 무척 좋아하는 데에서 착안했죠.”
파빌리온 기획 공연 담당자에게 크리스마스 공연을 거의 매년 제안했다. “2013년 첫 공연을 했고 지난해 겨울에도 성공적으로 했어요. 연중 여름 날씨인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공연이었죠.”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쇼핑몰 측에서 ‘원하는 날짜를 모두 비워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김 선교사는 이 공연에 동참할 단체나 크리스천을 기다린다(070-8286-7792).
자비량 ‘힙합’ 문화선교단 ‘히스팝(HISPOP)’은 매년 G-WAVE 비보이 배틀대회와 캠프를 열고 있다. 최종환 히스팝 단장은 19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히스팝은 하나님의 대중음악과 대중문화(His popular music and culture)라는 뜻”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춤과 노래로 복음을 전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3회 G-WAVE 비보이 배틀에는 2000명 가량이 참가했다. 2008년 앨범 히스토리로 데뷔한 히스팝은 2012년 불교 국가인 태국으로 문화 선교를 떠났다. “10여명 단원들이 매일 아침 2시간동안 예배를 드리고 성경 연중 일독을 하고 있어요. 우리 팀은 태국 TV에 자주 출연하고 나는 ‘R16’ 세계 유명 비보이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G-WAVE 비보이 배틀과 캠프사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모던록 CCM밴드 ‘페이먼트(Payment)’는 올해부터 일본팀과 국내팀으로 나눠 사역을 한다. 리더 박일권은 “일본은 음악 사역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문화의 나라이다. 일본 교회에 오신 분들 중에는 음악이 좋아서 왔다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매년 일본 순회공연을 하면서 일본 사역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국내 CCM 사역 위축도 일본 진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페이먼트 리더 박일권은 “국내에서 찬양 사역자가 무수히 배출되고 있지만 CCM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반면 해외에는 사역할 곳이 많다. 선배들이 모범이 돼 해외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먼트 일본팀 박일권과 최유정 등 3명은 앞으로 일본에서, 남은 곽영욱 등 5명은 한국에서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국내 CCM계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역자들은 이들이 해외 문화 선교로 눈을 돌릴 때라고 조언한다. 빅콰이어 대표인 안찬용 서울장신대 교수는 “해외에는 음악 전공자를 기다리는 교회나 사역단체가 많다”고 말했다. ‘CCM의 대모’ 송정미는 “이슬람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음악은 복음의 좋은 매개”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문화 선교사들, 영적 한류 향기를 열방에…
입력 2015-05-20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