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수원엘림교회] 성도 없다고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 멈출 수 없어요

입력 2015-05-19 00:14 수정 2015-05-19 12:07

나모(수원S교회) 목사는 목회자로 나선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하지만 그가 섬기고 있는 개척교회의 성도는 1명뿐이다. 올 초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상가 지하에 예배당을 마련한 이래 줄곧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성도가 없고 헌금이 전무하다시피 하니 나 목사 부부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나 목사는 매일 아침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교통 통제원’으로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교회를 꾸리고 고등학생인 자녀 2명의 학비와 기타 생활비를 충당한다. 나머지 부족분은 소속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노회와 친지가 헌금 형식으로 보태주고 있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나 목사의 교회 개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충남 부여 농촌교회 목사로 부임했다. 경남 거제도가 고향인 그는 “시골이 좋아서 스스럼없이 달려갔다”고 회고했다. 2년여쯤 지나서는 부산으로 내려가 성도가 500명 정도 되는 중형교회의 부교역자로 9년 가까이 섬겼다. 이어 경북 왜관 시골교회에서 2년간 담임목사를 맡은 뒤 인천으로 올라와 첫 번째 교회를 개척했다가 2008년 수원으로 옮겼다.

당시 성도 20여명과 함께 목회를 이어가던 나 목사는 임대해서 사용하던 예배당 건물을 유리한 조건으로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건물을 구입했지만 이때 떠안게 된 2억5000만원 정도의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2년쯤 지나 다른 교회에 건물을 매각하고 교회도 비워줘야 했다. 나 목사는 1년 정도 재개척을 준비하다 현재의 지하 예배당을 마련했다. 세 번째 개척 목회에 나선 셈이다.

‘교회가 부흥해 30명의 성도가 예배하게 하소서.’ 수원엘림교회 주보에 올라온 첫 번째 기도제목이다. 당초 100명이었지만 50명으로, 다시 30명으로 숫자를 줄인 거라고 나 목사는 설명했다. 수원엘림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100m에만 개척교회가 20곳이 넘는다. 나 목사는 “새 신자나 기존 성도들을 교회로 모시기까지 정말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그래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사명의 몫을 감당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하다. “매주 인근 지역의 개척교회 목사님들과 돌아가면서 순회 전도를 하고 있어요. 사람 없다고 하나님이 불러주신 사역을 그만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2일 오전 나 목사는 지하로 이어지는 교회 출입구를 화사한 색상의 입간판으로 단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회 내부 한 공간에는 작은 도서관을 준비하느라 기증 받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청년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그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요.”

수원=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