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지나치게 된 영화촬영 현장. 구경꾼들 틈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야! 진짜 기럭지 장난 아니네!” 아닌 게 아니라 촬영장에 나온 젊은 남자배우는 대단히 키가 컸다. 마치 왕년의 할리우드 배우들을 연상시켰다.
황금기 할리우드 남자 배우들은 미남 호남이었을 뿐 아니라 키까지 컸다. 웬만한 농구선수 뺨치게 190㎝를 넘기는 이들도 흔했다. 존 웨인은 193㎝(록 허드슨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같다)였고 제임스 스튜어트와 찰턴 헤스턴이 191㎝, 게리 쿠퍼와 그레고리 펙은 190㎝였다. 또 숀 코너리가 189㎝, 버트 랭카스터와 리 마빈, 에롤 플린이 188㎝, 케리 그랜트와 헨리 폰다가 187㎝, 클라크 게이블이 185㎝나 됐다.
하지만 예외도 없지 않았다. ‘셰인’ 앨런 래드는 168㎝였고 거친 갱스터 역할로 일세를 풍미한 제임스 캐그니 역시 165㎝였다. 또 ‘전설’ 제임스 딘은 173㎝였다.
요즘도 제임스 딘보다 키가 작으면서 더 활약하는 배우들이 있다. 톰 크루즈와 알 파치노. 둘 다 170㎝다. 그러나 화면에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키가 작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만큼 연기나 카리스마로 작은 키를 커버하고 있다는 얘기다. 큰 키에 목을 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지만 설혹 키가 작다고 해도 키 외의 다른 것, 이를테면 성격이나 능력 등으로 얼마든지 작은 키를 만회할 수 있음을 그들은 보여준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 이야기] (20) 배우의 키
입력 2015-05-19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