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박명환(38)은 한 때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앞세워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1996년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에서 데뷔해 2006년까지 88승74패9세이브를 거뒀다. 이듬해에는 자유계약선수(FA)로 당시 투수 최고 금액인 4년 40억원을 받고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LG에서 2010년까지 4년간 14승16패에 그쳤다. 2011년에는 연봉이 5억원에서 무려 90%나 깎인 5000만원이 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2012년 시즌이 끝난 후에는 방출돼 무적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 때 두산 시절 옛 스승인 김경문 감독이 불렀다. 지난해 테스트를 받고 NC에 입단했다. 그리고 길고 긴 재활에 몰두했다.
박명환은 1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6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2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막았다. 최고 스피드가 142㎞에 불과했지만 예리한 슬라이더를 주무기 삼아 포크볼, 커브, 투심패스트볼을 고루 섞어 던지며 삼성의 강타선을 농락했다. NC가 2대 0으로 승리함에 따라 박명환은 2010년 6월 23일 SK전 이후 무려 1789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개인 통산 103승째다.
박명환은 “재활하면서 힘들었던 시간과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김 감독님이 나를 기용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LG는 SK 와이번스를 6대 4로 물리쳤다. LG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은 5회말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또 고관절 수술을 받고 복귀한 토종 에이스 류제국이 첫 승을 신고해 선발 마운드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롯데는 kt 위즈를 6대 2로 꺾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롯데는 20승20패로 11일 만에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반면 kt는 7연패에 빠졌다. KIA 타이거즈는 9회말 브렛 필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두산을 4대 3으로 따돌렸다.
한화 이글스는 연장 10회말 강경학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7대 6으로 물리쳤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박명환, 1789일 만에 감동의 승리
입력 2015-05-18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