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리포트] “한국인 사업가들 많이 떠나… 中업체만 배 불린다”

입력 2015-05-18 02:09
지난 15일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지역. 왼쪽이 북한 신의주이고 오른쪽 고층빌딩이 들어선 곳이 단둥의 신도시인 ‘신취’ 지역이다. 두 도시가 대조적이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압록강철교) 위 중국 측 통제소에서 지난 15일 북한에서 건너온 ‘액화가스’ 탱크로리가 잠시 대기하고 있다.
꾸준한 북·중 무역, 5·24조치 이후 한국의 것을 가져가다

중국에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단둥에서 보면 정치적인 문제일 뿐 경제는 아무 상관없이 교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과 중국의 차량이 오전에 한 차례, 오후에 한 차례 왕래한다”며 “보통 하루 평균 200∼300대가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단둥시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배지를 단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만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반면 단둥거리에는 예전에 비해 한국인이 많이 줄었다. 2010년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5·24조치가 나온 지 5년이 돼가면서 많은 한국 사업가들이 단둥을 떠났다. 단둥한인회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상주인구 3000명에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5000명이 넘을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상주인구가 600여명에 불과하다. 한인회 관계자는 “한인회가 있는 건물 주변에는 늘 한국인으로 북적였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대부분 차지했던 대북 무역은 5·24조치로 중국인들한테 넘어간 상태다. 수산물 등의 수입은 완전히 막혔다. 섬유와 의류 등 위탁가공무역의 경우 과거 북한에 직접 주문해 제작하던 것을 현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업체를 끼워넣어 ‘메이드인 차이나’로 만들면서 중국 업체 배만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업가는 “재봉틀 같은 기초 자산과 공장까지 중국인에게 모두 넘겨준 의류 업체도 많다”면서 “5·24조치가 해제된다 해도 예전 상황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단둥을 지린성 훈춘에 이어 대북 위탁가공무역 시범 지역으로 확대했다. 중국 동북신문망은 최근 “중국의 많은 유명 방직의류 기업이 단둥과 입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단둥에서 위탁가공무역 허가를 받은 9개 의류업체가 성업 중이다. 한 중국기업 관계자는 동북신문망에 “지난해 하반기 북한과의 위탁가공 무역을 시작한 뒤 올 1∼2월 미국의 새로운 고객사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아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금평과 신압록강대교, 아직 죽지 않았다

오랜 퇴적으로 단둥과 맞닿은 압록강 하류의 북한 섬 황금평. 북한이 중국과 공동으로 전체 14.4㎢에 이르는 경제특구를 조성하기로 했던 지역이다. 2011년 6월 착공식을 한 지 4년이 돼가고 있다.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개발이 멈춘 모습은 아니었다. 전날 오후 늦게 찾은 황금평 들녘에는 늦게까지 모내기를 하는 북한 주민들이 간간이 보였다. ‘황금평 경제구’라는 푯말이 있는 정문 근처에는 북·중 공동관리위원회 청사로 보이는 10여층 높이의 건물과 타워크레인이 들어서 있었다. 현지인들은 건물이 모습을 보인 것이 지난해부터였다고 전했다.

단둥 현지에서는 북한의 정세 불안과 막대한 기반시설 건설비 조달 등의 문제로 중국 측이 황금평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분위기만 조성되면 개발에 속도가 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10분도 안되는 거리에는 ‘신압록강대교’가 있다. 중국에서는 공식 명칭을 ‘압록강교’로 부른다.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로에 총연장 3026m에 이른다. 2010년 말 착공해 최근 완공된 상태다. 하지만 북한 쪽에 연결되는 도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개통은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측이 대교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에 대해 중국 측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년 전인 2010년 말 착공한 신압록강대교는 애초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시작된 사업이다. 중국은 2007년 초 북한을 방문한 우다웨이 당시 외교부 부부장을 통해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새 다리를 놓자고 북한에 제안했고,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때 북측의 동의를 끌어냈다. 개방 확대에 부담을 느낀 북한을 설득한 논리는 북한과 경협 확대를 위해서는 1911년 건설돼 낡고 좁은 기존 압록강철교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황금평특구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북한에 투자하기로 결단만 하면 이미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는 언제든 개통이 가능하다.



북한·중국 교류의 또 다른 축 관광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斷橋) 끝에 서서 보면 신의주 강변에 중장비들이 동원돼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단둥에서는 관광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접안시설로 추정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단둥에서 출발한 유람선을 타고 신의주에 내려 관광을 하는 여행 상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둥은 중국의 국경도시 가운데 평양, 개성 등 북한의 관광 명소까지 이동거리가 가장 짧다. 이로 인해 북한으로 가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의 80%가량이 단둥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10월 에볼라 차단 목적으로 막혔던 북한 관광이 지난 3월 재개되면서 단둥의 관광산업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한국인 50여명을 싣고 단둥을 출발해 압록강과 백두산까지 둘러볼 수 있는 관광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단둥 개발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동북 최대 도시이자 교통 요충인 선양과 단둥을 연결하는 총연장 205㎞의 고속철도를 오는 8월 말 개통할 계획이다. 고속철도가 들어서면 단둥이 선양과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북한 관광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회의론에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해마다 10월은 국경절 연휴와 계절적인 영향으로 관광 최성수기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0월 갑자기 북한 관광을 중단시켰다”면서 “에볼라 때문이라고 하던데 도대체 에볼라하고 북한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과거 북한 관광은 북한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둥=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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