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고강도 쇄신안 카드’ 확전·봉합 갈림길… 금주중 혁신기구 출범

입력 2015-05-18 02:14
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한 고강도 쇄신안을 다음달 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이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쇄신안이 자칫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文, 쇄신안 골몰 속 광주행=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번 주 안에 혁신기구를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혁신기구는 6월 한 달간 쇄신안을 만들어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혁신기구 내에서는 공천·인사 쇄신, 당무 혁신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18일부터 혁신기구 위원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위원장 선임 기준은 ‘의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립적 인사’다. 당 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선을 할 계획이지만 사안의 시급성과 현실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내부 인사 선임에 무게가 실렸다.

지도부는 또 혁신기구에 전권을 위임키로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도부는 혁신기구의 쇄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사 관련 논의는 없었다.

문 대표는 회의 직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참석차 광주로 떠났다. 문 대표는 18일 취임 100일을 맞지만 행사는 물론 공식 기자간담회 등도 갖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관련 메시지를 통해 당의 단합과 쇄신의 필요성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 “‘친노’ 아니라 ‘모노’라 부르겠다”=지도부의 ‘쇄신안 로드맵’ 발표에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시간벌기용’이라며 반발했다. 사퇴 의사를 밝히고 ‘칩거’ 중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에 공천혁신위가 있는데 또 무슨 혁신기구를 만들어 공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내게는 (혁신기구) 참여 여부 등을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18일 광주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5·18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주 최고위원은 지도부와의 회동 여부에 대해 그는 “(문 대표가) 우리와 상황인식이 전혀 다르던데, 만나자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진행 과정 내용에 대해 누구로부터도 소통이 없었다”며 “논의 결과 내용을 보더라도 시간벌기(용) 물타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성엽 의원은 “정치공학적 술수로 자파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친노’의 가면을 벗으라”며 “나는 이 시간부터 ‘친노’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노무현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부르겠다”며 격분했다. 한 비노 인사는 “지난주에는 공천권이나 요구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해 여론을 호도하더니 아무런 변명이나 사과도 없이 면피용 혁신기구에 참여하라는 것 자체가 패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비주류 측의 반발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쇄신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쇄신안이 비노계를 자극하는 내용일 경우 수습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