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태어난 것만 해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16일 오후 3시쯤 충남 당진 왜목항으로 새하얀 배 한척이 푸른 빛깔의 파도를 가르며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배에서 뭍으로 발을 디딘 50대 남성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는 ‘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로 세계 일주를 성공한 김승진 선장(53)이다. 그의 귀항은 지난해 10월 19일 망망대해로 배를 띄운 지 7개월 만이다.
순우리말로 ‘바다 달팽이’라는 뜻의 ‘아라파니 호’를 타고 세계를 돌아온 김 선장은 “지구는 아름다운 별”이라며 “지구라는 별은 물로 돼 있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선장은 지난해 10월 왜목항에서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세일링 요트에 몸을 실었다. 배는 적도를 지나 피지, 칠레 케이프 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을 거쳐 다시 왜목항으로 돌아왔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 6번째로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로 4만1900㎞의 바닷길을 항해하는데 성공했다.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 일주는 적도를 2회 이상 지나고 항해거리가 4만㎞ 이상이어야 한다.
충북 청주 출신의 김 선장은 탐험가 겸 프리랜서 PD로 세계 곳곳을 모험하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희망항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13m 길이의 요트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항해는 쉽지 않았다. 김 선장은 “고장 난 장비가 제대로 수리되지 않아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높은 파도와 심한 바람, 2차례의 전복사고도 고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국내 최초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 성공한 김승진 선장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 됐으면…”
입력 2015-05-18 02:54